사회 검찰·법원

여직원 머리카락 만진 직장상사..1·2심 무죄→대법 “유죄”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31 09:00

수정 2020.05.31 09:00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평소 여직원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성적 농담을 일삼다가 머리카락을 몇 차례 만져 재판에 넘겨진 직장 상사에 대해 대법원이 하급심을 뒤집고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40)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서울 마포구의 콘서트 영상제작 업체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신입사원으로 직장 상사 지시를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여직원 A씨(26)에게 평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다.

고씨는 A씨에게 “볼이 발그레한게 화장이 마음에 든다. 오늘 왜 이렇게 촉촉하냐”고 말하거나,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넣은 상태로 피해자를 향해 팔을 뻗어 성행위를 암시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A씨가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고씨의 추행은 더 심해졌다.
그는 A씨에게 다가가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며 손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비빈 것을 비롯해 2회 가량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2회 가량 A씨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어깨를 톡톡 두드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의 이런 행동에 모멸감 성적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수면장애에 시달렸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1심은 “피고인이 긴머리카락을 가진 피해자에게 머리카락의 끝부분을 만지면서 느낌이 오는지 묻고 피해자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면 피고인의 평소 성희롱과 결부돼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체 접촉 정도 등에 비춰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에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접촉한 신체 부위는 머리카락 끝 부분과 어깨 끝 부분일 뿐만 아니라, 신체 접촉의 정도 역시 머리카락을 성적인 의도로 쓸어내리거나 하는 게 아니라 느낌이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비는 정도거나, 상대방을 부를 목적으로 어깨 끝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정도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업무상 상급자라 하더라도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추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해 오던 피해자에 대해 피고인이 그 의사에 명백히 반한 행위를 한 것은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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