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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구멍 드러낸 쿠팡의 위기관리 능력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9 17:09

수정 2020.05.29 17:09

쿠팡이 뭇매를 맞고 있다. 경기 부천 물류센터발 코로나19 감염에 신속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의 수혜자로 꼽힌다. 비대면 거래가 확 는 덕분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어느 누구에게도 자비롭지 않다. 바이러스는 쿠팡 물류센터를 비켜가지 않았다.
사업장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은 기업에 위기다. 하지만 쿠팡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바람에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방역당국은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사용하는 모자, 신발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확인했다. 확진자가 나온 걸 알면서도 쿠팡이 직원들을 출근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웹사이트 안내 메시지는 첫 환자가 나온 뒤 닷새 만에 올렸다. 그마저 대표이사 이름은 빠졌다. 쿠팡은 김범석·고명주·박대준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창업자인 김범석은 기획, 고명주는 인사, 박대준은 신사업 담당이다. 누구든 최고 책임자가 나서야 할 위기에 셋 다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경쟁사인 컬리(마켓컬리)는 달랐다. 컬리는 27일 방역당국으로부터 확진자 발생을 통보받는 즉시 서울 장지동 상온1센터를 폐쇄했다. 같은 날 김슬아 대표는 자필 서명이 담긴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모든 진행 상황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컬리는 확진자 발생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쿠팡은 과거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의 독극물 주입 사건은 기업 위기관리의 전형으로 꼽힌다. 1980년대 초 독극물이 든 타이레놀을 복용한 시민 몇이 목숨을 잃었다. 존슨앤존슨은 즉각 수억달러 비용을 감수하며 시중에 깔린 타이레놀을 모조리 회수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진두지휘 아래 언론 취재에도 적극 협조했다. 그 덕에 존슨앤존슨은 생명을 다루는 메이저 제약업체로서 명성을 잃지 않았다. 문제가 된 타이레놀은 지금도 진통제로 팔린다.

그 반대 사례도 숱하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결함 은폐가 들통나는 바람에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은 유조선 좌초로 기름이 유출됐으나 이를 숨기다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국내에도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바람에 이미지에 먹칠을 한 기업이 줄을 잇는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은 미국 나스닥 상장이 목표다. 작년 매출은 7조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로켓배송'으로 일어선 쿠팡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위기 대응법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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