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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딸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1억 챙겨간 생모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31 13:26

수정 2020.05.31 13:31

유족 “이혼한 뒤 연락 끊고 지내”
119구조대원 자녀 순직하자 생모 ‘법적 상속인’ 주장
전 남편 “장례식도 안 온 사람이 뻔뻔하다”
생모, “아이들을 내버려둔 사실 없다”고 주장
전주판 ‘구하라 사건’
전북판 구하라 사건…양육비 소송으로 사진=뉴스1 제공
전북판 구하라 사건…양육비 소송으로 사진=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자녀가 어릴 때 남편과 이혼한 생모가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법적 상속인’을 주장하며 유족급여 등 1억원 가량을 챙겼다.

이에 전 남편과 큰딸 측은 “장례식장 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양육비 청구 소송으로 맞섰다.

31일 전북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63)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소방관 생활 하면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가 가족과 동료 곁을 떠났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아버지인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와 비슷한 시점에 어머니인 B(65)씨에게도 이러한 결정을 알렸다.


B씨는 본인 몫으로 나온 유족급여와 둘째 딸 퇴직금 등을 합쳐 약 8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때까지 매달 91만원의 유족급여도 받게 됐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지난 1월 전 부인인 B씨를 상대로 1억9,000만원 상당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가사소송을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제기했다.

1988년 이혼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은 데다, 둘째 딸의 장례식장도 찾아오지 않은 생모가 유족급여와 퇴직금을 나눠 받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된 가수 고(故) 구하라 씨 유산을 둘러싼 구씨 오빠와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과 마찬가지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딸들을 키우는 동안 양육비를 전혀 주지 않는 등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이혼 이후 매달 50만씩 두 딸에 대한 양육비를 합산해 B씨에게 청구했다.

이에 B씨는 “아이들을 방치한 사실이 없고 전 남편이 접촉을 막아 딸들과 만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딸들을 위해 수년 동안 청약통장에 매달 1만원씩 입금했다며 “두 딸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라고도 했다.

이 사건은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 단독 홍승모 판사 심리로 모두 네 차례 재판과 조정이 진행됐다.

선고는 오는 7월쯤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부모가 부양의무를 게을리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민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으며, 구씨 오빠는 지난 5월2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을 재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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