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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 기업, 싱가포르 진출 확대...동남아 놓고 美 기업과 승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5:06

수정 2020.06.02 15:06

지난달 27일 촬영된 싱가포르 업무 지구.로이터뉴스1
지난달 27일 촬영된 싱가포르 업무 지구.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무역전쟁과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에서 밀려난 중국 IT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15년 전 중국을 보고 있다며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미 기업들과 동남아 쟁탈전을 벌인다고 예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업계를 인용해 최근 중국 IT 기업들이 싱가포르 사무실을 잇달아 열어 기존의 미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부동산업체 세빌스의 애슐리 스완 전무이사는 "중국 기업들이 지난 18~24개월 사이 동남아 시장을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싱가포르는 동남아로 진출할 발판을 노리는 미중 기업들의 전쟁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는 2018년에 공유 사무실 업체 위워크를 통해 싱가포르 진출했으며 올해 안에 대표 업무지구인 원라플스키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11월에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연구소를 싱가포르에 세웠고 알리바바는 지난달 싱가포르 중심상권에 위치한 12억달러(약1조4698억원) 건물의 절반을 매입했다. 이는 알리바바의 첫 해외 부동산 매입이며 해당 건물 역시 중국 밖의 첫 해외 본사로 쓰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중국 AI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센스타임,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YY,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이들 기업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같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싱가포르에 진출했던 미국 IT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2018년에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싱가포르에 세웠고 트위터도 올해 싱가포르에 첫 아시아·태평양 기술 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현지 법무법인 라자앤드탄의 벤자민 청 파트너는 미중 갈등이 중국 기업의 싱가포르 진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이동의 본질적인 배경은 시장 개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과 튼튼한 법제라는 장점이 있다며 동남아 시장 교두보로는 최적의 입지라고 분석했다.
스완 이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의 6억5000만인구가 빠르게 온라인 시대로 진입하는 만큼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IT 산업의 잠재적 수요가 거대하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의 레지나 림 아시아·태평양 자본시장 연구 대표는 중국이 최근 5년간 상가포르 진출을 서둘러 왔고 이제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본사 숫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은 여기서 15년 전 중국을 보고 있다"며 "그들은 과거 중국의 인터넷 확장과 경제 성장에서 돈을 벌었던 상황으로 인도네시아나 태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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