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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경제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7:10

수정 2020.06.02 17:10

[여의나루] 경제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자는 4000만명을 넘어섰고, 실업률은 25%까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재정 여력을 소진하면서 다시금 재정위기에 봉착해 있다. 코로나 사태를 일찍 겪은 중국도 여전히 전례 없이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 이렇듯 세계 경제의 소위 'V'자형 회복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과 일국양제 체제를 무너뜨린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인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원하지 않는 선택을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강요당하고 있다.

K방역을 자랑했던 한국 정부에도 국경을 넘어올 경제위기와 심화되는 미·중 갈등은 어려운 과제이다. 최근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한국은 올해 2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그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대통령은 재정역량의 총동원을 강조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건전한 재정을 유지했던 한국이 전대미문의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단기적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긴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다. 유럽 국가들처럼 국가 재정이 어려워질 때 조력할 수 있는 독일과 같은 국가와 통화공동체를 형성할 수도 없다. 오히려 지나친 재정정책이 기저효과에 힘입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우려된다. 혹독한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 경제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작은 경고등이 어쩌면 순식간에 외환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다.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두고 177석의 막강한 여당에 맞섰을 만큼 재정적 여력은 편하게 쓰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기필코 지켜내야 할 마지막 버팀목이다.

또한 최근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정책으로 '그린 뉴딜'을 강조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과 유사한 '그린 뉴딜'은 소득주도성장과 달리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정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 사태가 심화하기 전에 주목받던 서방국가들의 빛바랜 경제정책이지 위기 극복 방안은 전혀 아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국가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개념조차 모호했던 창조경제를 국제회의에서 계속 역설했던 패착이 떠오른다. 최소한의 국제적 감각이라도 갖춘 경제전문가가 조언했다면, 대통령이 이렇게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주장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왕 이명박정부를 벤치마크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세계적 경제학자를 청와대에 두고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을 외환규제 3종 세트를 고안했고, 국제적으로 '스탠 스틸'을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의 확산을 막아내고 G20 정상회의 출범에 기여했던 점을 본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관변학자가 아닌 제대로 된 경제학자를 곁에 두고 다른 국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책을 준비한다면 국제적인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하는 대신 미국에는 경제의 'V'자 회복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중국에는 경제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권리를 담보할 국제적 공조 방안을 제시해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선택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모쪼록 국제적 공조를 통해 경제위기의 파고가 국경을 넘기 전에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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