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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쿠폰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7:10

수정 2020.06.02 17:10

탁 쏘는 맛의 콜라는 갈증을 풀어준다. 마실 때마다 어떻게 이걸 만들었지 하는 궁금증이 든다. 양에 상관없이 항상 검은 색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도저히 알 길이 없는 레시피(조리법)는 신비함 그 자체다. 코카콜라를 전 세계인의 음료로 만든 이는 미국의 사업가 아사 캔들러다. 레시피는 존 팸버턴 박사가 만들었지만, 코카콜라의 대중화를 이끈 건 캔들러다.

캔들러는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과 시대를 앞선 통찰력까지 갖췄다.
그는 코카콜라의 상품성을 일찌감치 간파해 팸버턴 박사로부터 레시피와 지분을 싼값에 사들였다. 1893년 애틀랜타에 코카콜라 회사를 세웠고,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도 등록했다. 캔들러는 미국 전역에 콜라의 맛을 알리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무료 쿠폰'(Free Coupon)이다. 어원은 '잘게 자르다'는 뜻의 프랑스어 쿠페르다.

당시 그가 뿌린 무료쿠폰만 850만장에 달한다. 미국인 10명 중 1명은 콜라를 마신 셈이다. 오늘날 배달잡지에 할인쿠폰을 점선으로 찍어 제공하는 것도 캔들러의 무료쿠폰에서 따왔다. 삽시간에 댈러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에까지 공장이 세워졌고 마침내 창립 2년 만에 콜라는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얼마나 인기가 컸는지 '코카놀라' '토카콜라' 등 짝퉁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최근 우리 정부는 코로나19로 쪼그라든 내수를 살리기 위해 외식·관광 등 총 1700억원어치의 할인쿠폰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소비를 해달라는 거다. 전 국민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의 '2탄' 격이다. 온라인으로 숙박업체를 예약하는 100만명에게 3만~4만원의 할인쿠폰을 주고, 실내 체육시설 월 이용권을 구매하는 40만명에게 3만원을 환급해주는 식이다.

이미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에서 내수 살리기 효과를 어느 정도 봤다.
파리만 날리던 동네 시장, 거리두기로 한산했던 골목식당 등에 모처럼 활기가 생겨났다. 정부는 할인쿠폰 정책으로 0.1%포인트가량 성장률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캔들러의 콜라 무료쿠폰이나 현 정부의 할인쿠폰은 묘하게 닮아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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