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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에 '日 수출 규제' 제소 재개… 日 "매우 유감"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7:55

수정 2020.06.02 21:31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WTO에 분쟁해결 패널 설치 요청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 재개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 재개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 3종에 대해 일방적 수출규제를 한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다시 제소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WTO 제소 잠정중지 이후 7개월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나승식 무역투자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규제 해제 촉구와 관련, 일본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했던 5월 말까지)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잠정정지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이어 8월 한국을 자국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양국 간 대화를 통한 협의 조정에 실패한 만큼 WTO에 분쟁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로 패널 설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코로나19로 WTO 업무도 잠정중단된 상황이라 WTO 업무재개 시 관련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전에 우리 정부와 일본의 WTO 분쟁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일본산 공기압 밸브 등이 있다.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해 일본이 제소했고, 약 4년간 분쟁 끝에 우리나라가 승소했다. 2015년 8월에는 일본산 공기압 밸브가 너무 싼 가격에 판매돼 국내 산업에 손해를 끼쳐 우리 정부가 향후 5년간 11.66~22.77%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일본은 WTO에 제소했고 지난해 9월 한국 정부가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이들 사례를 보면 수출규제 관련 분쟁해결에도 3~4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는 단순히 수익성과 경제적 영역을 넘어선 분쟁인 만큼 실타래를 풀기가 더 복잡할 수 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2개월 후인 지난해 9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 동기로 이뤄진 것이며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고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한·일 간 국장급 정책대화 재개 조건으로 WTO 제소를 일시 중지하는 양보를 했다. 당시 만료 직전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을 결정하면서다.
이후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수출규제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세차례 공식 대화를 재개했으나 최종 실패한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규제의 원인이 강제징용과 관련한 대법원판결인 만큼 일본의 입장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건 자체가 정치적 이유로 시작된 만큼 경제적 차원의 보완조치로는 일본 국내 여론을 (일본 정부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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