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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로 재미 본 투자자들 이번엔 알루미늄 공략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8:13

수정 2020.06.02 18:13

가격 급락하자 저가 매수 몰려
헐값에 사서 창고에 보관하다
가격 오르면 파는 전략 구사
석유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알루미늄에 꽃혔다. 코로나19여파로 알루미늄 가격이 급락하자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저장고를 확보하고 가격상승기에 알루미늄을 판매하면 대규모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알루미늄에 앞다퉈 몰려 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석유로 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맥주캔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은 핵심 산업소재이지만 코로나19로 소비가 실종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기준물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알루미늄 가격은 올들어 15% 급감해 t당 1537달러(188만원)로 추락했다. 올해 알루미늄 공급이 수요를 최대 600만t을 초과할 것이란 우려가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알루미늄을 사서 보관한 뒤 미래에 비싼 값으로 팔려 할 때 가장 중요한 장기 선물 가격은 오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된 뒤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이 뛸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15개월 뒤 인도되는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올들어 t당 85달러(1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상품 거래인들부터 헤지펀드,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른바 '파이낸싱 트레이드'를 통해 알루미늄을 사들이고 있다. 알루미늄을 헐 값에 사서 창고에 보관한 뒤 선물 시장에서 비싸게 내다 파는 전략이다.

컨설팅업체 CRU의 이온 딘스모어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거래 방식 가운데 하나가 알루미늄을 사서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중개기관들만 알루미늄 파이낸싱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돈 냄새를 맡고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알루미늄 업체인 러시아 루살의 영업책임자 로만 안드리유신은 "중개인들로부터 (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싱 트레이드가 활발함을 보여주는 조짐들도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올리버 뉴젠트는 지적했다. 뉴젠트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알루미늄괴 수요 급증이다. 창고에 보관하기 쉬운 주괴 형태의 알루미늄괴인 잉곳의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잉곳은 보관이 쉬울 뿐만 아니라 가공업체들이 이를 녹여 제품을 만들기도 쉽다.

뉴젠트는 "이는 알루미늄 수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알루미늄을 깔고 앉아 조금만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원 가능한 공짜 돈이 널려있기 때문에 투자 기회 역시 많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알루미늄 파이낸싱 트레이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서 이미 한 차례 유효성이 입증된 바 있다. 당시 창고마다 막대한 알루미늄이 쌓였고, 이후 수요가 회복되자 알루미늄을 인도받기 위한 트럭행렬이 창고 앞에 장사진을 친 적이 있다. 석유 투자자들도 헐값에 석유를 사들여 보관했다가 선물시장에서 비싸게 내다팔아 짭잘한 이익을 거뒀다.
중국의 알루미늄 수입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은 알루미늄 파이낸싱 트레이더들이 중국에 알루미늄을 팔아 대규모 차익을 거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하이 알루미늄 가격은 중국 산업활동이 회복흐름으로 접어들면서 상승세를 타 t당 1820달러 (223만원)수준으로 치솟았다.
CRU의 딘스모어는 중국이 5월과 6월 두달간 지난해 전체 수입의 약 3분의1에 상당하는 25만t을 수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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