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여권 가져와" 갑질에 신음하는 외국인 연예지망생들

파이낸셜뉴스 채널구독이벤트

매년 E-6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증가세
비자발급 대행료 명목 100만~200만원 지불해야 해
"비자 기한보다 긴 기간 계약토록 유도..대행료 장사"
'모델일 시켜주겠다'더니 화장실 청소 시키기도

"여권 가져와" 갑질에 신음하는 외국인 연예지망생들
기획사 이사가 외국인 연예지망생 C씨에게 "살이 너무 많이 쪘다"며 외모를 지적하는 대화 내용.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외국인 연예지망생들이 일부 연예기획사의 갑질과 불법행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기획사들은 외국인 연예지망생들에 비자발급 비용 명목으로 100만원을 요구한 뒤 1년 뒤 갱신 비용으로 200만원을 추가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에서 가수나 방송출연, 모델, 연기자로 활동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불러들인 뒤 '너무 뚱뚱하다'는 이유로 사무실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등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여권 원본을 요구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았다.

■비자 발급 대행료 갱신시 비용 2배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외국인들의 원활한 입국을 위해 E-6비자(예술흥행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E-6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5436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7년 3756명 대비 1680명(44.4%) 증가한 수치다. 1년에 8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연예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E-6비자를 받기 위해 연예기획사에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행정사에 요청하는 서류대행 수수료로 적게는 50만원에서 150만원을 요구했다. 비자발급을 위해 발생하는 대행료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E-6비자는 최대 2년 기한으로 발급되지만 연예기획사와 계약은 이 보다 더 오랜 3년 또는 5년 계약을 하도록 유도한 뒤 비자 갱신시마다 전년 대비 2배 높은 대행료를 요구해 부당하다고 외국인 배우들은 주장했다.

외국인 배우 A씨(23)는 "회사는 비자 발급 대행료 명목으로 지망생들에게 100만~200만원을 지불하게 한 뒤 정작 회사 내 등록된 모델·배우들의 이름도 6개월 동안 모르고 있었다"면서 "회사는 비자 발급 비용만 받아 챙긴 뒤 일거리를 찾아주려는 동기조차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한 여러 외국인 모델·배우들은 연예기획사가 비자발급을 명목으로 외국인 연예지망생을 상대로 비자발급 수익에 혈안이 돼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권 가져와" 갑질에 신음하는 외국인 연예지망생들
기획사 대표가 외국인 연예지망생에게 여권 제출을 요구하는 대화 내용. /사진=fnDB

■여권 원본 제출 강요하기도
연예기획사 중 일부는 이들 외국인 연예지망생들에게 여권 원본을 제출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과광부가 발행하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와 별도로 사내 규칙을 만들어 여권을 회사가 보관하도록 하는데 사인하도록 강요했다.

외국인 모델 B씨(26·여)는 "외국인 ID카드가 발급되면 여권을 회사가 보관하는 데 동의하고 사인을 강요하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다"며 "명백한 불법을 너무 당당하게 하는 점이 의아했다"고 전했다.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연예기획사는 지난해 외국인 여성 C씨(25·여)에게 "모델 관리와 댄스강사를 시켜주겠다"며 E-6비자를 발급해 한국으로 입국시켰다. C씨는 "한국에서 모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큰 꿈에 부풀었지만 내게 주어진 일은 화장실 청소였다"며 "하녀처럼 일했다"고 억울해 했다.

회사는 C씨에게 "살도 너무 많이 쪘다. 그렇게 관리하면 안된다"며 C씨의 외모를 지적하기도 했다.

C씨는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그럼 집으로 돌아가라'며 귀국을 종용했다"며 "너무 우울한 나머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