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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기본소득제 논란, 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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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기본소득제 논란, 뿌리가 없다
최근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특정한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아니라 다수 서민의 생활이 어렵고, 이는 기존 사회복지제도로는 해결되지 않고 보편적인 새로운 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정부가 4인가구 기준으로 100만원 수준의 코로나재난지원금 이름의 현금급여를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한 이후 이에 대한 호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현실을 보면서 여야 막론하고 기본소득제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혈투가 시작된 듯하다.

개념 정의가 불명확해 서로 다른 모양의 기본소득을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기본소득 논쟁은 혼란스럽고 막연하다. 원론적으로 기본소득은 보편적으로, 사회보험료 등 비용부담을 전제하지 않고, 자산소득 조사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급여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스위스가 2016년 국민투표에 부친 전 국민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한다는 기초연금안이 가장 전형적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소득보장체계가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그중 넓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산업사회의 정형적인 노사관계에 기초한 일자리 감소로 사회보험의 기반이 약화되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미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분배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이슈가 되는 와중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부담과 조달방법이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매월 30만원씩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안은 대략 계산해도 매년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2020년도 복지예산 180조5000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를 기존 복지사업 대체와 소득감면제도 폐지 등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특별대책으로 일회성 성격인 100조원가량의 예산도 조달이 버거운 국가재정 현실을 볼 때 너무 안이한 주장이다.

그렇지만 비용조달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의한 생산이 주가 되는 일자리 없는 경제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정말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 수 있지만 현재로는 먼 미래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계층이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4월 현재 실업률은 4.2%가량이다. 기본소득 도입 이전에 기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부터 해소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기초연금도 모든 노인과 장애인에게 드릴 재원이 없어 대상자의 70%만 지급하고 있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제 확대도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태산명동에 서일필로 끝날 공산이 크다.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를 완성한 북유럽 국가 등에서도 논의조차 조심스러운 진일보한 궁극의 사회분배 체계다. 복지국가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서 선심성 '공짜 복지'의 연장선으로 정치권이 섣불리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중차대한 장기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