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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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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변두리'나 '외곽'에 대한 기본적 콤플렉스가 있다.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를 주저한다. 뜻은 물체의 가장자리나 한 구획의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킨다. 끝 또는 경계선, 그 주변지역을 말한다. 때론 유은실의 장편소설 '변두리'(2014년)처럼 어려웠던 시절, 민초들의 부대끼는 고단한 삶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소설은 절망적 삶 속에서 서로 기대 살아가는 부산물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변두리가 주는 애잔한 어감이 왠지 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흔히 담장을 넘어온 감을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바로 욕먹는다. 나무의 주인은 이웃인데 탐스럽게 열린 감이 담장을 넘어왔다고 해서 소유를 주장한다면 그건 억지다. 그만큼 사람들의 눈높이는 자기중심적이다. 오로지 자기 기준에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본다.

최근 서울의 교통신경 세포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이름을 바꿨다. 오는 9월부터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불린다. 1991년 서울외곽순환도로로 태어난 지 29년 만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착공해 2007년 완전 개통됐다. 총 연장 길이만 128㎞다.

한땐 경기도 주민들의 강한 불만을 샀다. 경기도의 중심축을 지나는데 왜 '서울 외곽순환도로'냐는 거다. 서울 관점에서 보면 외곽이지만 경기도 입장에선 중심인데 변두리(외곽)쯤으로 보니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경기 내부순환도로'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경기도 주민들은 외곽이라는 표현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여권 잠룡 중 한 사람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경기도는 서울 외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예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 중심의 사고를 바꾸겠다"며 명칭변경을 공약하기도 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행법상 20개 경유 지자체가 모두 동의해야 했다. 당연히 서울시와 강동·노원·송파구에서 반대했지만 통 큰 양보로 가능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바뀐 이름도 너무 '행정스럽다'는 점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