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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펑펑 쓰는 재정, 이러다 탈 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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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 추경 총 60조원
증세가 합리적인 해법

문재인정부가 미증유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짰다.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한 해 추경안을 세번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1차(11조7000억원)와 2차(12조2000억원)까지 합치면 올해 추경은 총 60조원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시 재정'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슈퍼 추경은 불가피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 경제를 멈춰세웠다. 개방형 한국 경제는 그 한복판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본다. 고용 한파는 이미 현실이 됐다. 더구나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성글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한 해 60조원 추가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여건은 썩 좋지 않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6년 만에 줄었다. 올해는 세수절벽이 우려된다. 이럴 땐 세금을 아껴쓰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거꾸로 간다. 거칠게 말하면 빚을 펑펑 쓰려 한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집은 옆집보다 빚이 적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이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설사 빚을 내더라도 규율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 규율을 재정준칙이라고 부른다. 감사원은 1일 정부의 중장기 재정전망을 검토한 보고서에서 "재정준칙 도입 여부 등을 다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1~3차 추경 탓에 올해 국가채무 비율은 43.5%로 껑충 뛴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40%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러다간 머잖아 45%마저 불안하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의례적으로 언급할 뿐이다. 재정준칙을 바로 세우면 나랏빚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몇 퍼센트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못 박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준칙이 재정건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의회가 준칙 자체를 바꾸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더 확실한 대안은 증세다. 이게 수혜자 부담 원칙에도 맞다. 이전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보수정권답게 재정건전성 둑을 든든하게 쌓았다. 국가채무 비율을 40% 밑으로 꽁꽁 묶었다. 그 덕에 지금 문재인정부가 추경을 세번씩이나 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문 정부도 국가대계를 생각한다면 지속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행여 나중에 재정건전성 둑을 허물었다는 비판이 나올 때 할 말이 있다. 국채는 편하지만 나라를 망치는 길이다. 모름지기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