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집밖의 일상' 누구나 누리도록… 불편한 세상 바꾸는 따뜻한 손길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3 17:24

수정 2020.06.03 20:30

<끝>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장애인 활동지원사
거동 불편하신 분들
한번 외출하려면
화장실·식사·옷입기·휠체어
콜택시 타기까지 도움 있어야
서울시 5곳 200여명 활동
한달에 500시간 이용하기도
활동지역 확대 등은 숙제
일상에서 마주친 장애인
그냥 도와주는 것 실례될수도
장애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식사부터 외출, 병원 예약까지 하루를 같이하면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장애인 활동지원사 임서영씨(성동종합재가센터 소속·사진 뒤쪽)가 장애인의 휠체어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장애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식사부터 외출, 병원 예약까지 하루를 같이하면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장애인 활동지원사 임서영씨(성동종합재가센터 소속·사진 뒤쪽)가 장애인의 휠체어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집밖의 일상' 누구나 누리도록… 불편한 세상 바꾸는 따뜻한 손길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100명 중 5명.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구 비율이다. 2018년 기준 5114만 국민 중 250만명가량이 장애인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장애인구 비율은 15%로 우리나라보다 3배나 많다. 우리나라도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구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교통, 극장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점차 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휠체어를 탈 수 있도록 시내버스의 턱을 낮추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설치해도 집 밖에 나가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외출과 일상생활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임서영씨는 "몸이 불편하신 분은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것부터 도움 없이는 힘들다"며 "화장실 가는 것, 아침식사 도움, 옷 입기, 휠체어 타기와 장애인 콜택시 타기까지 끝나야 비로소 외출준비가 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하지만 장애인에게 동의 없이 먼저 도움을 주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다"며 "비가 올 경우 먼저 '우산을 받쳐드릴까요'라고 물어보고 동의했을 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부터 이동까지 일상에 스며든 도움의 손길 지난 4월 말 서울 광진구의 한 세탁소.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성동종합재가센터 소속 임서영씨가 장애인 활동지원을 위해 방문했다. 이용자의 부모님은 임씨가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넸다.

임씨는 몸이 불편한 이용자의 식사 도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남들은 식사시간이 끝났을 오후 2시. 임씨는 수저를 사용해 한 입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밥과 반찬을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동행한 기자와 카메라를 의식한 탓인지 이용자의 식사량이 평소보다 적었다. 식사가 끝나고 임씨는 칫솔에 치약을 묻혀 양치를 도와줬다. 이날 오후 3시에 재활병원 예약이 잡혀 있어서 식사 후에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불렀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휠체어 등을 싣고 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요금도 일반 택시의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임씨는 지난 2016년 지인의 소개로 서울 가양동에 있는 복지관에서 장애인 활동 지원 교육을 받았다. 5일 동안 활동 지원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이후 하루 10시간 정도 현장실습도 받았다.

임씨는 "교육기간에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거나 눈을 가리고 걷는 등 이용자들의 불편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며 "이후 뇌병변 지체 1급이 있는 50대 여성분과 사전실습 이틀을 하고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임씨는 민간 센터 소속이었다. 지원 활동가가 필요한 사람이 장애 정도와 도움 조건을 올리면 민간 센터에 소속된 활동지원사를 매칭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민간센터의 경우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이용자의 요구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휴가 등으로 공석이 발생하면 대체가 어려운 구조였다.

■돌봄서비스 지원 공적 영역으로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사회서비스원을 개원하고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정규직원으로 고용해 활동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임씨는 "활동지원사를 팀제로 운영해 공백 없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이 담당하던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돌봄을 공적 영역이 대체한다는 의미가 있다. 민간 돌봄 서비스의 경우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일수록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현재 서울·경남·대구 등에 사회서비스원이 출범했다. 사회서비스원은 고령층을 위한 장기요양 재가방문, 바우처를 활용한 장애인 활동지원, 어린이 보육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2월 출범하고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올 3월 현재 성동, 강서, 은평, 노원, 마포에 5곳의 종합재가센터가 운영 중이며 200여명의 활동가, 500여명의 이용자가 있다. 서울시는 2021년까지 서울시 전 자치구에 종합재가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서비스원 관계자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장애구간에 따라 1~15구간까지 국민연금 공단이 판정을 해 서비스 이용시간을 바우처 형태로 제공한다"며 "장애가 심한 1구간의 경우 한달에 500시간가량 쓴다"고 설명했다.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종합재가센터는 장애인활동지원 업무와 더불어 고령층을 위한 장기요양, 돌봄SOS사업 등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국공립 사회복지시설 수탁운영 △법률, 회계, 노무 등 민간 서비스기관 지원 등도 업무영역이다.

■아직은 부족한 제도적 기반

지난해 설립된 종합재가센터의 경우 서울 5개 구에만 운영하고 있어 아직은 서울시 전체도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에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안' 등이 제출됐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돌봄 노동을 사회적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사회서비스원의 각종 지원 서비스도 시행 초기인 만큼 개선할 여지도 있다.

20년 가까인 노인,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온 하정희 활동지원사는 "사회서비스원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고용안정과 이를 통한 안정적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다만 민간과 달리 하루의 모든 일정을 일일이 기록하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부분은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활동지원사의 휴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팀제로 운영을 하더라도 담당하는 장애인 이용자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지원사가 아닌 경우에는 이용자도, 보호자도 불안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하씨는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서울에서 2곳(성동,노원)이 이용 가능한데 적어도 서울 구마다 1곳 씩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정책을 만들 때 이용자와 현장 활동사의 목소리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지원활동사로서 가장 뿌듯할 때와 가장 힘들 점을 묻자 하씨는 "자폐아나 발달장애 아이의 경우 아이가 자라면서 일반적인 성장 절차를 따르지 못해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다"며 "하지만 지원활동을 통해 보호자가 잠깐이라도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