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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지털세 추진국에 보복관세 절차 착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3 17:29

수정 2020.06.03 17:45

무역법 301조 근거, 조사 시작
미국이 2일(현지시간) '디지털세' 보복 조치에 착수하면서 다국적 IT 기업 과세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난항을 겪게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유럽연합(EU)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방안을 포함해 오스트리아, 브라질,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의 디지털세 정책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美 기업 노린 불공정 과세 강력 대응

USTR은 이번 조사가 1974년에 도입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은 행정부에 무역상대방의 불공정 행위에 보복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 당시 301조를 이용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보복관세를 매겼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많은 무역 파트너 국가들이 미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세정책 설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 기업과 노동자들을 이 같은 어떤 차별에서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은 모든 적절한 대응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불공정" "차별" 등의 단어를 동원해 디지털세가 미 IT 기업들이 불리하도록 만들어진 세금이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모든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미 정가와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이번 발표에 반색했다. 척 그래슬리 상원금융위원회 위원장(공화·아이오와주)과 민주당의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꼽히는 론 와이든 상원 의원(오리건주)는 공동 성명을 내고 USTR의 방침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들은 디지털세가 "미 기업들을 불공평하게 목표로 삼고 있고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OECD 합의 실패시 분쟁 격화

디지털세는 다국적으로 영업하는 IT 기업들이 본사를 저세율 국가로 옮겨 조세를 회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액의 세금을 따로 걷는 제도다. 미국은 구글, 애플 등 다국적 IT기업들 대다수가 자국 기업들이라며 반발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3월 공식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선언했다. 이후 주요20개국(G20)과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지난해 6~7월에 걸쳐 범세계적인 디지털세 도입 원칙에 합의했다. OECD는 지난해 10월 국가에 과세권을 주고 초과 이익을 국가별로 비례 할당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OECD 내 137개 회원국은 지난 1월 회의에 디지털세 부과의 기본 골격에 합의해 오는 11월에 최종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갈등은 이어졌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디지털세 법안을 통과시킨 뒤 국제적 논의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과세를 강행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12월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프랑스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양측은 가까스로 올해 1월에 1년간 휴전하기로 했다. 영국은 보복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일부터 프랑스와 비슷한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시행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EU는 지난달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통해 디지털세를 통한 재원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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