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젠더갈등 부추긴 '이수역 폭행사건', 男 '폭행' 女 '모욕' 모두 유죄판결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1:30

수정 2020.06.04 11:30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젠더 대결 논란을 촉발했던 '이수역 폭행사건'이 사건 발생 2여년 만에 '쌍방폭행'으로 모두 유죄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여성의 폭행은 무죄가 나왔지만 모욕적 발언으로 싸움을 유발한 것에 대해서는 유죄를 받았다. 남성의 폭행은 미필적 고의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3부(배성중 부장판사)는 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와 남성 B씨에게 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약식기소 및 검찰 구형과 같은 금액이다.

재판부는 는 여성 A씨의 상해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성 B씨가 입은 상해는 스스로 손을 뿌리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은 A씨의 모욕적인 언동으로 유발돼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모욕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부 무죄를 고려해도 약식명령상 벌금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또 남성 B씨 상해 혐의는 "부당한 공격에 대한 방어라기보다는 싸우다가 도주하려는 목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자신이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A씨가 넘어져 다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미필적 의사로 이를 감수했다"고 유죄 판단했다.

이어 "B씨의 폭행으로 A씨가 입은 상해 정도에 비춰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B씨가 인정한 모욕 혐의도 유죄 판단하며 약식명령 금액이 적절하다고 봤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8년 11월13일 오전 3시께 이수역 인근 맥주집에서 각자 일행들과 술을 마시던 중 시비가 붙어 서로에게 각 2주간의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 일행이 먼저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녀를 향해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발언)이 돈이 없어 싸구려 맥주집에서 여자친구 술을 먹인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다른 테이블에 있던 B씨 등 남성 5명이 "저런 말 듣고 참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남녀 일행을 옹호하자 A씨 일행은 "한남충끼리 편먹었다" 등의 말을 해 시비가 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상해를 가한 뒤 A씨 일행은 B씨 일행을 향해 남성의 성기를 언급하는 등의 모욕성 발언을 했고, B씨 일행 역시 '메갈은 처음 봤다' 등의 발언을 하며 모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나머지 일행 3명은 가담 정도와 상호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했고, A씨와 B씨에게 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같은 금액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한 A씨와 B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아무리 사회적 지탄을 받아도 본인이 하지 않은 상해 부분에 책임을 부담하는 건 형법과 배치한다"고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B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앞으로 신중하게 행동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주점에서 남성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젠더 갈등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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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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