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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시위 진압용 군대 투입 놓고 백악관과 ‘불협화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0:56

수정 2020.06.04 10:56

지난 1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오른쪽 첫번째)이 워싱턴DC에서 주방위군 장교와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1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오른쪽 첫번째)이 워싱턴DC에서 주방위군 장교와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비무장 흑인 사망 시위와 관련해 백악관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자리가 위태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법률 집행을 위해 현역 연방군을 투입하는 것은 오직 가장 위급한 순간에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나는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주지사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현역 연방군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연방정부는 일반 치안 유지에 연방군을 투입할 수 없으나 폭동 및 반란 시에 적용되는 폭동진압법을 이용하면 연방군 투입이 가능하다. 미 국방부는 2일 발표에서 워싱턴DC 인근에 연방 육군 1600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3일 오전에 배치된 현역 가운데 82 공수부대 소속 신속대응부대 200명을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로 원대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장관은 같은날 발표에서 에스퍼 장관이 백악관 회의 참석 이후 원대 복귀 명령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결정이 수도권 치안 유지를 위한 군사 지원 확보 차원이라면서 백악관이 지시했는지 여부는 설명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국방부와 백악관의 불협화음과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두고 에스퍼 장관이 경질 위기라고 의심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장관 교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 하느냐는 질문에 "에스퍼 장관은 지금 여전히 국방부 장관이다. 만약 대통령이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미래에 알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에스퍼 장관의 전임자였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미 시사지 애틀랜틱에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정부의 첫 국방장관이었던 그는 2018년 12월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정책에 반대하며 물러났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군대 투입을 강조한 점에 대해 "우리는 주지사들이 요청하는 매우 드문 경우에만 군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다"며 "우리는 지난 3년간 이 의도적인 노력을 목격했다.
우리는 성숙한 리더십이 없는 3년의 결과를 목격했다"고 썼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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