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일색·모욕성 표현 대거 동원해 탈북민 비난
당국 직접 겨냥 안 했지만 대남 불만 수위 반영
제재·코로나 이중고 속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
군사합의 파기까지 언급하며 "해결하라" 압박
김 제1부부장은 4일 발표한 담화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에서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 핵 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댔다"며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김 제1부부장은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글자나 겨우 뜯어볼까 말까 하는 바보들", " 똥개", "오물" 같은 모욕적 성격이 강한 표현을 써가며 북측으로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들을 맹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본인 명의로 발표한 첫 담화에서부터 거침없는 언어 구사로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 "저능하다", "바보스럽다", "세 살 난 아이 같다", "겁 먹은 개"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중단을 요구한 청와대를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대북전단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대변인 등 명의로 대남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고 2014년 10월에는 대북전단에 고사총을 쏴 남측 민가 일대에 총탄이 떨어지는 아찔한 일이 일어난 적도 있다.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독해 체제를 흔드는 일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북한이 다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근 북한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이중고 속에서 내부 결속에 열을 올리며 정면돌파전을 힘겹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의 대북전단이 민심을 자극한다면 충분히 불쾌감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이 이날 담화에서 "가장 부적절한 시기를 골라", "지금과 같은 때에"라고 언급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은 이렇게 대북전단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없이 전하면서 결국 책임은 우리 정부에 묻고 있다. 이미 철거 문제가 비화된 금강산 관광시설을 넘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개성공단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한 것은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치명적인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기 남북 교류협력의 산물을 모두 훼손하고 대결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암시여서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상징이었던 김 제1부부장이 남측을 향해 이처럼 날선 말을 내놓는 것 자체가 충격파이기도 하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남북·북미정상회담 과정을 함께 했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김 위원장의 의중이 전달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지만 당분간은 냉랭한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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