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新산업 글로벌 표준, 투자 통해 만들 것” [벤투인 스토리]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7:16

수정 2020.06.04 17:16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부사장
카카오벤처스 심사역 대부분
VC에서 따로 일한 경험 없어
출신 각각인 만큼 이상적 시너지
미래 앞당기는 기술에 적극 투자
표준 만들어 새 영역 주도권 잡고파
시드 투자한 루닛, 70배 수익률
사진=서동일 기자
사진=서동일 기자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부사장(사진)은 2012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할 당시 벤처캐피털(VC) 경험이 없었다.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역로 카카오벤처스에서 만난 김기준 부사장은 "설립 당시 대표님이 VC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심사역으로 뽑았다"며 "대신 업의 경험이 많은 사람을 뽑았다. 그 '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 채용의 중심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카카오벤처스엔 현재까지도 심사역 대부분이 이전 VC 경험이 없는 이들이다.

김 부사장도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친구들 4명과 창업을 해봤고, 싸이월드(SK커뮤니케이션즈)와 CJ홀딩스 등에서 사업 기획, 전략 업무도 했다.


VC업계로 온 10년의 생활은 어땠을까. 그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VC의 이상적인 모습을 실현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각자 출신이 달라서 각자만의 경험을 살려서 일하는 게 좋다. 또한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모토가 좋다"고 답했다.

■"하드코어 기술 좋아… 역습 투자 노린다"

학부 때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김 부사장은 스스로를 "천성적인 공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기업에 있을 때도 기술 리포트를 모으던 취미(?)가 있었다. 리포트를 넣은 폴더는 나만의 보물상자였다. VC로 와서, 지금까지도 하드코어 기술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어서 재밌다."

VC로서 그만의 포지션은 무엇일까. 그는 '역습형'이라고 답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찬스를 위해,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는 "VC가 공격(적극적인 투자)을 할 때, 새로운 산업도 성숙해진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루닛도 시드 투자를 카카오벤처스에서만 했다. 당시에는 백승욱 대표와 기술책임자(CTO)만 풀타임이었고 나머지는 박사과정생이었다.

김 부사장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 기간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미션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전형적인 VC에서 봤을 땐 아무것도 없던 회사였다. 그러나 루닛에만 5번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루닛에 대한 총 투자금은 70배가 넘는 수익률을 안겨줬다.

■"글로벌 '기술 표준' 만들고파"

'기술바라기'인 김 부사장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기술 표준화'다. 그는 "비디오 테이프가 점차 힘을 잃고 DVD 등이 생겨나기 시작할 땐, 어떤 기술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VC가 '글로벌 기술 표준'을 만들면 어떨까"라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술영역에서, 투자를 통해 그 영역의 표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직 국내 VC업계엔 그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새로움'을 보며 에너지를 얻는다.
김 부사장은 "그게 VC의 매력"이라며 "특히 투자단계가 예측가능한 기업 보단, 창업 초기 기업의 에너지가 더 크다. 그걸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 게 매력적"이라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회사를 차려서 대표가 되고 스크리닝을 하는 게 아니더라"며 "나이 들어서도 가방 하나 메고 기술 창업하는 분들을 따라다니는 현역 VC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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