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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질병관리청 독립, 속 빈 강정 아니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7:27

수정 2020.06.04 17:27

코로나19 사태를 진두지휘했던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독립·격상된다. 또 장관 아래 보건분야를 전담하는 차관 1명을 더 둬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울 참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발판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보건분야 역량과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개편안의 골격이 코로나19 사태 수습 과정에서 축적된 현장 경험을 담기보다는 철저하게 '조직논리'에 치우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산편성 권한과 인사권까지 주겠다고 해놓고 정작 소관 예산과 인력은 기존보다 쪼그라들었다.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백신 개발과 상용화까지 담당할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되 질병청이 아닌 복지부 밑으로 가져갔다. 독립성·전문성 강화 구상과는 배치된다. 자칫하면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인 감염병 대응에 '탁상행정'이 끼어들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보다는 지방노동청처럼 독립된 '지방 질병청'(또는 보건청)을 통해 지역별 감염대책을 총괄토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다분히 '자리 늘리기'가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우선 관료주의의 경직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혹시라도 고위직 자리 늘리기, 무늬만 독립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질본의 '청' 승격을 대가로 손과 발을 잘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원이나 예산 등을 줄이고, 복지부의 통솔권한만 강화시켰다는 얘기도 들린다.


마침 코로나 의사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신영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본 청 승격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개정안'을 냈다. 신 의원은 "앞으로 당청협의도 거칠 것"이라며 "디테일한 법안심사를 통해 감염병 시스템의 전문화·독립화 체제로 혁신하는 한편 행안부의 개편안이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지 등을 현미경 심사를 통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디 질병관리청 독립이 속 빈 강정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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