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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대구·경북 행정통합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7:27

수정 2020.06.04 17:27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합체'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초유의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실험이다. 3일 대구경북학회와 대구경북연구원이 공동세미나를 열고 그 밑그림을 내놓았다. 인구 510만명에 남한 면적의 20%인 매머드 자치단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역대 국내 행정통합과는 차원이 다르다.
2010년 창원·마산·진해시가 합쳐 창원시로 탈바꿈했지만, 기초단체 간 통합이었다. 2006년 기존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새 출발한 제주특별자치도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이번 행정통합 구상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라는 광역단체장 자리 중 하나가 사라진다는 걸 뜻한다. 그럼에도 이철우 도지사와 권영진 시장이 한배를 탄다는 원칙에 공감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지방 소멸 위기감이 대구·경북 통합의 결정적 동인이다. 주력이었던 섬유업이 오래전 쇠락한 데다 2000년대 지역경제를 견인하던 철강·가전·디스플레이 공장마저 국내외로 이전하면서다. 그 결과 충청권까지 포함해 초광역화한 수도권은 물론 부산·울산·경남을 망라한 '부울경 경제권'에 비해 경쟁력이 처질 수밖에 없었다. 십수년간 두 지역 1인당 지역총생산(GRP)은 광역단체 중 최하위권이었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지역 인구도 줄곧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딴살림'으론 거점성장이론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더는 바랄 수 없게 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던진 승부수가 행정통합이다. 즉 양 지역이 중복투자나 해외자본 유치 시 '우물 속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통합신공항과 포항영일만 신항 등 이른바 '2포트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발판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복안이다.


물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사되려면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가칭 행정통합특별법이 주민투표와 국회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한 살림 전략'으로 북방경제 시대의 글로벌 거점 입지를 굳히려는 청사진이 어떤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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