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운용사에 등돌리는 '원유개미'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7:48

수정 2020.06.05 13:47

[기자수첩] 운용사에 등돌리는 '원유개미'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난다. 코로나19 사태와 기준금리 인하로 갈 곳을 잃고 떠도는 돈이 1100조원을 넘는다. 부동자금은 수익을 좇아 빠르게 증시로 향했다. 증시로 유입된 개인의 자금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 속에서도 증시 추락을 지켜냈다. 지난달 16일 지수를 2000 선에 안착시킨 '동학개미'는 최근 순매수 1, 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뒤늦게 급등하며 '익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원유개미'는 웃지 못하고 있다.
원유개미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절벽에 3월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이를 저점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문제는 지난 4월 20일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7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며 발생했다.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KODEX(코덱스) WTI원유선물(H)'은 4월 23일 롤오버(월물교체)를 통해 운용자산 중 6월물 일부를 7·8·9월물로 교체했다. 6월물 가격도 마이너스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운용사는 'ETF와 연동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입을 수 있는 막대한 손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월물 교체 후 6월물은 50% 이상 급등해 원유 ETF에 베팅한 원유개미는 유가 급반등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롤오버 비용이 반영되며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추종지수의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추적 오차율은 18%까지 확대됐다.

원유 생산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H)'도 최근 마이너스 괴리율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해당 ETF는 지난달 21일 이후 단 이틀을 제외하고 8거래일 동안 마이너스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다. 순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며 추종지수가 올라도 주가가 횡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운용사 측은 "최근 저점에서 매수했던 투자자들의 이익실현 매도물량이 일시적으로 몰렸다. 미국 시장이 이미 마감된 상태에서 한국 시간 장중에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다음날 미국 시장에서 해당 주식들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예상해서 매매한다. 이 경우에는 미국과 한국의 거래시간 차이 때문에 괴리율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TF의 운용성과가 저조하자 떠나는 장기투자 원유개미도 늘고 있다.
모든 원유개미가 '단타 불개미'는 아니다. 이들이 바라는 건 '추종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는 ETF의 기본 그 자체다.


"국내 운용사의 해외상품 운용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직언도 곱씹어 볼 만하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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