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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원해 내려간 간호사, 약만 배달… 간호시스템의 현실" [간호가 살아야 의료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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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끝>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에게 듣는다
요양병원이 코로나에 가장 취약
공공병원 확충·의료체계 정비로
제2, 제3의 감염병 확산 막아야
근로환경 개선위해 간호법 필요

"대구 자원해 내려간 간호사, 약만 배달… 간호시스템의 현실" [간호가 살아야 의료가 산다]
3일 오후 대한간호협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경림 협회장이 간호사 처우 개선과 공공병원 확충에 보건당국이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코로나19 확산에 가장 취약한 곳은 요양병원이다. 재확산을 막기 위해 이곳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대한간호협회(간협) 신경림 회장은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제2, 제3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취약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동호로 간협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 나서 공공의료 체계 강화 등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이 감염대책 '아킬레스건'

신 회장은 한국 보건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곳으로 요양병원을 꼽았다. 이번 사태에선 정부가 발빠르게 코호트 격리를 한 덕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의료인력은 적고 감염우려는 산재해 있어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 요양병원보다 간호사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과 유럽에서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속출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법에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2명을 보도록 돼 있는데 이걸 지키는 곳이 거의 없다"며 "요양병원 중에는 1명이 25명을 훨씬 넘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가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이어 "환자 방을 24시간 지키는 것도, 가까이서 환자 동태를 살피는 것도 간호사인데 이 귀한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도록 하는 열악한 구조부터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다음 감염병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화되지 않은 대응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 회장에 따르면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경우 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에는 없다. 대구·경북 지역에 내려간 자원봉사 간호사 상당수도 이 같은 문제와 마주했다.

신 회장은 "대구에 있는 한 병원 부원장이랑 만났는데 참 답답한 얘기를 들었다"며 "자원해 내려간 간호사들이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건데, 병원마다 전산시스템이 달라서 서울에선 잘 하던 간호사가 대구에선 차팅(간호기록)을 할 수 없었다는 얘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의사는 코드가 다 나눠져 표준화돼 있는데 간호는 이런 게 안 돼 있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랐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뭘 했느냐고 물어보니 약을 조제해놓으면 배달해주고 그런 업무를 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체계 대수술 시급"

신 회장은 제2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병원 확충 등 근본적 시스템 개혁을 제시한다. 신 회장은 "한국은 사회보험이 잘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공공병원은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감염병 전담병원을 만들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두고 다가올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주먹구구식으로 민간에 손을 벌리는 게 아니라 공공병원이 중심이 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대구 한 병원 간호부장이 정부지원이 나오지 않는다며 월급이 안 나올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하는 걸 들었는데 왜 이런 걸 간호사가 걱정해야 하는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향후 추진할 주요 과제로 간호법 제정을 꼽았다.
신 회장은 "그동안 의료법 안에 의사, 한의사, 약사, 조산사, 간호사가 함께 묶여 있어서 법개정 필요가 있어도 이해관계 있는 단체들의 반발로 쉽지 않았다"며 "일본도 의료법 안에 있던 있던 사항을 분리해서 간호사 제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데 우리도 간호법으로 독립시켜 간호사 근로환경부터 여러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 회장은 32대와 33대 간협회장에 이어 현재 37대 회장을 역임중이다.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진출해 여성가족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계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펼쳤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