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이재용 영장 청구, 외부 견제장치 무력화 논란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5 14:25

수정 2020.06.05 14:25

이재용 삼성 부회장/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 부회장/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삼성합병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요청한 상황에서 검찰이 선제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는 수사심의위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검찰이 섣부르게 영장 청구를 결정하면서 외부 심의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한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전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이 검찰 수사에 반발해 마지막 카드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으나 이틀 만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며 판도를 뒤집은 것이다.

즉각 삼성 측은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수사심의위 심의 신청을 접수했던 것"이라며 검찰의 선제적 영장 청구에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이에 검찰은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과 구속영장 청구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기 전날인 지난 1일 중앙지검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승인 건이 대검으로 올라왔다"며 "다음 날인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전국 반부패 사건을 총괄,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영장청구 건을 승인했고, 3일 오후 중앙지검에 공식적으로 통보가 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요청이 있기 전 이미 구속영장 청구가 결정된 것으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양측의 신경전에 법조계에선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우선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수사심의위 의견을 듣고 판단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부 심의 제도 취지 자체를 검찰 스스로 무색하게 해 검찰의 독선적 수사 의지를 자인한 셈이 됐다는 분석이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판단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신병 확보를 시도했다는 게 외부에선 독선적으로 비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로 수사심의위 자체가 무력화됐다는 의견도 뒤따르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중지 권고가 나오더라도 영장까지 청구된 마당에 불기소 처분될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수사심의위 의견이 먹히겠냐"며 "영장 청구가 되고 나서부터는 수사심의위 의견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삼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시간 끌기 등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수사 과정 및 결과가 뒤바뀌기 힘든 상황에서 혐의 부인을 뒷받침할 추가 입증 자료 없이 무리하게 소집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현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은 강제성이 없으며, 그간 8번의 사례에서 기존 검찰 수사 결과가 뒤바뀐 적이 없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삼성 측도 수사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숨 돌리기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냈을 것"이라며 "수사심의위 의견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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