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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 승부수' 이재용 운명 좌우할 영장심사 쟁점은

뉴스1

입력 2020.06.05 11:49

수정 2020.06.05 11: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0.5.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0.5.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박승희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발부될지와 함께 발부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 측이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이 부회장과 삼성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영장심사를 받은 뒤 3년4개월만에 또 한 번 구속 기로에 서게 됐다.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주로 범죄혐의 소명(입증)과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경영자로 도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이에 사안의 중대성과 혐의 입증 정도, 증거인멸 우려가 심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하는 등 관여·개입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 29일 소환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명확한 물증 앞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검찰이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구속수사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전날(4일) 세 사람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이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바꾸는 비율을 적용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제일모직 주식 1주면 삼성물산 주식을 3주 가까이 갖는 거라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이었다. 이를 통해 제일모직 주식 23.2%를 가진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검찰은 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린 혐의도 적용했다. 이같은 분식회계로 삼성바이오 모회사인 제일모직 가치가 고평가돼 합병비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심의위 소집 절차는 영장심사와 별도로 진행된다.

그러나 법조계에는 심의위 권고는 주임검사가 '존중'하도록 돼 있어 강제력이 없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든 기각되든 영장신청 자체가 이 부회장이 혐의를 갖고 있다는 예단을 형성할 수 있어 심의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영장이 발부되면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심의위는 의미가 없다"며 "기각되더라도 신병구속을 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한 거라 위원들에게 큰 선입견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도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심의위가 '죄가 안 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나. 내린다 해도 이미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구속돼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대로 기각되면 (법원은) 혐의가 없는 쪽으로 힘을 실어준 건데, 그런 상태에서 심의위가 '기소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하면 법원 생각과 심의위 생각이 달라 모양이 이상해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법원이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면 삼성 측 주장에 다소 설득력이 더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심의위가 기소 단계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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