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역 묻지마 폭행' 영장기각 논란…위법한 긴급체포?

뉴시스

입력 2020.06.05 14:09

수정 2020.06.05 14:09

법원, 구속영장 기각…"긴급체포 위법했다" 영장주의 예외 긴급체포…통제 강화 추세 철도경찰이 집행 후 구속영장 청구 이뤄져 현장엔 경찰 지원도…법조계 내 통제 지적 전문가 "임의동행 후 구속 절차 밟았다면" "'긴급체포→구속' 관행에 엄격 판단한 듯"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32)씨가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0.06.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32)씨가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0.06.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30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긴급체포가 위법했다"는 이유로 기각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수사기관의 적법절차 준수에 관한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상해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위법한 긴급체포에 기반을 둔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했다.

수사기관이 이미 신원·주거지·휴대전화 번호 등을 알고 있었고, 잠을 자고 있어 도주나 증거인멸을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이씨 집에 강제로 들어가 긴급체포와 압수수색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던 것이다.


'긴급체포'는 피의자 신병을 체포영장 없이 확보하는 것으로,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

적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 등 중대범죄의 상당성,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 필요성,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 긴급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긴급체포는 상당한 현장 재량이 부여된다는 면에서 수사권 과잉 행사 문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최근엔 그 요건 충족 여부가 더욱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 수사기관은 긴급체포를 하면서 압수수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형법상 3년 이하 범죄가 많지 않아 사실상 대부분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형사사법 흐름 아래 긴급체포에 대한 법원의 통제가 강화됐고, 최근에는 인적사항이 확인된 경우 영장주의를 따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 편이라고 전해진다.

이처럼 엄격한 판단이 이뤄지고 있는 긴급체포와 관련해 구속영장 기각 사례가 나온 것을 두고 법조계 내에서는 '수사기관 내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한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4일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32)씨가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0.06.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4일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32)씨가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0.06.04. chocrystal@newsis.com
철도경찰은 지난 2일 이씨를 자택에서 붙잡았고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했는데, 이 과정에서의 적법성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울러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철도경찰의 긴급체포 현장에는 지원을 나간 사법경찰도 있었다고 한다. 철도경찰 측은 "체포 당시 공조 수사하는 경찰과 상의해서 긴급체포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집행 주체는 아니었지만 1차적 수사권 행사 기관인 경찰이 현장에 있었고, 상의까지 있었음에도 흠결 있는 긴급체포가 이뤄진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거와 신원이 확인된 상황에서 임의동행 후 구속 절차를 밟았어도 됐을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절차 부분을 강조하면서 수사기관이 좀 더 법과 원칙에 입각해 조치하도록 지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임의동행'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수사관서로 데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변호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영장도 없이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 긴급체포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놀랍다"며 "논란이 되니 실적 한 번 올려보자는 식의 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추측했다.

또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까지 적법성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인가", "구속 후 조사가 이뤄져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권뿐만 아니라 정의실현 관점에서도 문제라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긴급체포가 신병 확보의 보편적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선 경력이 많은 한 변호사는 "긴급체포를 통해 구속하는 관행적 방식에 대해 이번에 엄격한 판단이 이뤄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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