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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군·해경 감시…中 산둥-태안 '밀입국 바닷길' 열었다

뉴스1

입력 2020.06.05 20:01

수정 2020.06.05 20:18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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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중국인들이 서해를 횡단하는 밀입국에 사용한 소형 모터보트. 2020.5.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달 21일 중국인들이 서해를 횡단하는 밀입국에 사용한 소형 모터보트. 2020.5.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4일 오전 8시55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고무보트. 2020.6.4/뉴스1
4일 오전 8시55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고무보트. 2020.6.4/뉴스1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군과 해경의 허술한 감시·경계망으로 인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충남 태안이 '중국 밀입국 바닷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합참과 해경에 따르면 중국발 밀입국 선박은 지난 4월19일과 5월21일 오전 시간대에 각각 태안 앞바다에 도착했다. 두 선박은 모두 중국 산둥반도 웨이하이항을 출발해 370㎞ 거리를 항해한 끝에 우리나라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과 해경은 지난 4일 태안 신진도 마도방파제에서 발견된 정체불명 고무보트에 대해서도 밀입국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밀입국 감시망이 뚫린 사실이 논란이지만, 더 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중국 선박들이 태안지역으로 밀입국 했는 지 규모조차 파악이 안된다는 점이다. 태안 일대에서 발견된 선박이 3척일 뿐, 실제 밀입국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들의 밀입국은 모집책을 끼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1인당 1만위안~1만5000위안(약 172~260만원)의 금액을 지불했다. 이 돈을 바탕으로 모집책은 선박, 유류 등 제반 장비를 구입했고, 한국에는 도주용 차량까지 미리 대기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서해 횡단에 활용한 선박은 모터보트(5월21일)와 고무보트(4월19일) 등 소형선박이다. 모터보트 길이는 4m이고, 고무보트는 이보다 더 작다. 소형 낚싯배나 레저용 보트와 외형상 별다른 차이도 없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발 밀입국 양상이 최근 들어 변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자 선박을 활용한 '서해 루트'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과거에는 해상에서 큰 선박에서 작은 배로 옮겨타거나, 연안에서 뛰어내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제주도 무사증 제도가 지난 2월 없어지면서 양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건 모두 중국 현지에서 소형선으로 야간에 출발해 최단거리로 주간 시간대에 발견됐다"며 "새롭게 변화된 밀입국 양상"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군과 해경의 허술한 감시는 우리 서해 바다를 밀입국 선박에 내준 셈이 됐다.

군은 레이더와 카메라 등 감시장비를 통해 이들 선박이 우리 영토에 접근한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대를 흔하게 오가는 낚싯배나 레저용 보트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합참 조사결과, 육군 해안대대는 5월21일 레이더·감시카메라·열영상장비(TOD)를 통해 13차례나 밀입국선을 포착했지만 추가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레이더 운용병은 인식 자체를 못 했고, 감시카메라와 TOD 운용병은 화면 속 작은 선박을 낚싯배나 레저 보트로 판단했다.

두 사건은 그나마 해안에 버려진 선박을 주민이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밀입국자 검거도 이뤄질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발견되지 않은 밀입국선이 있다면 실제 중국발 밀입국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밀입국자가 완전범죄를 꿈꿨다면 수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박을 폐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은 모든 해안지역을 정밀분석해 취약지역에 대한 해안감시장비를 추가로 운용하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Δ무인항공기(UAV)·드론을 활용한 수색정찰 강화 Δ해안 지역 순찰조 보강 Δ레이더·감시카메라·TOD 운용체계 최적화 Δ운용요원 전문성 향상 등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군의 노력만으론 모든 소형선박에 대한 감시·추적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이에 따라 연안을 오가는 소형선박에 위치식별장치를 부착하거나, 입출항 신고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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