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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코로나가 가져올 디지털 금융혁신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7 17:45

수정 2020.06.07 17:45

[차관칼럼] 코로나가 가져올 디지털 금융혁신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오랑 시민들이 엄혹한 상황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연대(連帶)였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두기의 피로를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반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보건위기를 극복하는 요소가 연대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할 새로운 동력은 연결(連結)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으로 격리가 심화되면서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온라인 소비, 재택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언택트 산업과 비대면 거래가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주최하는 글로벌 핀테크 박람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0'도 온라인으로 개최돼 전 세계 디지털 혁신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초연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관통할 핵심이며 데이터, 비대면, 플랫폼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다.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새롭게 재편될 세계 경제질서에서 앞서가기 위한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고, 지난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정책과제가 발표됐다. 특히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뉴딜과 신성장산업, 벤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혁신성장 전략은 선도형 경제로 전환을 위한 핵심과제다.

금융분야도 디지털 혁신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우선 디지털 경제로 이행을 촉진하는 혁신분야로 충분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할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의 기술적 토대인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와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 3대 신산업이 우선적 대상이 될 것이다. 선도형 경제의 기반이 될 핀테크, 벤처,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에도 모험자본이 투입되고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데이터, 비대면, 플랫폼에 기반한 디지털 금융혁신을 위해선 제도, 인프라, 규제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3법 개정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통해 데이터 활용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일 것이다. 오는 8월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신산업을 도입하고, 민간과 공공 분야 데이터를 수집·축적·활용하는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또 하반기에 디지털 금융결제제도 전면 개편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마이페이먼트 등 신산업과 다양한 인증제도 도입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할 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새로운 활력요소가 될 것이다. 오픈뱅킹은 확장성과 안정성을 보완, '오픈 파이낸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금융규제 혁신은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뉴 플레이어, 나아가 글로벌 유니콘이 탄생·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으로 믿는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관점에서 금융안전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데이터 활용과 보호의 균형, 견고한 금융보안 확립, 디지털 격차 완화,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대응 등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경제사회 구조에서 일상생활 양식까지 인류역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봉건사회 붕괴를 촉발한 페스트, 개인위생과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콜레라는 대표 사례다.


코로나19 역시 시대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우리는 한 걸음 빨리 일상으로 전환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에 나서고 있다.
우리 금융회사와 핀테크, 빅테크가 무수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며 디지털 경제를 견인해 갈 때, 우리가 열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이 펼쳐질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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