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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할 이유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7 17:45

수정 2020.06.07 17:45

삼성 위기호소문 발표
불구속 재판으로 충분
삼성이 7일 호소문을 냈다. 언론에 당부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론 법원과 국민에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법원이 영장을 내주면 이 부회장은 석방된 지 2년4개월 만에 재수감될 처지다. 검찰은 지난 4일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1년 반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파헤쳤다.
분식회계 의혹의 정점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경영권 승계 작전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호소문은 첫머리에 "삼성이 위기"라고 말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코로나 경제위기 속에서 삼성의 존재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른바 '동학개미'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 그만큼 삼성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싫든 좋든 이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그런 기업이 '위기'라고 말할 때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은 성공한 기업이다. 사실상 '주식회사 코리아'를 이끄는 엔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사당국은 이런 대기업을 상대로 한번은 국정농단, 이번엔 분식회계로 엮어 4년 가까이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시가총액 1위 기업이며 삼성바이오는 설립(2011년) 9년, 상장(2016년) 4년 만에 시총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두 기업이 땀 흘려 이룬 성공에 대한 대가치고는 참 고약하다. 이래서야 어떤 벤처, 어떤 스타트업이 제2의 삼성전자를 꿈꾸겠는가. 그나마 삼성이니까 이렇게 버티지, 다른 회사 같으면 벌써 문을 닫았을 거라는 한탄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최고경영자 구속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업은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 생계를 책임진 일터다. 일반인도 도주할 우려가 없거나 중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 아닌 다음에야 불구속이 원칙이다. 경영자는 말할 것도 없다.

호소문은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이른바 오너 시스템의 장점을 살려 여기까지 왔다.
위기 때 일사불란한 대응 역시 오너 체제가 가진 강점이다. 호소문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 기회를 주자. 불구속 아래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절차는 얼마든지 정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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