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수입차시장 獨·日 '20년 경쟁'… 독일차 독주체제 굳혔다[오토월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7 18:29

수정 2020.06.07 18:29

2000년대 초반엔 독일차 우세
2008년 日 점유율 35%까지 ↑
도요타 리콜사태 등으로 타격
일본차 점유율 11%까지 떨어져
올 1분기 일본차 점유율 7%로 뚝
독일차는 42%서 64%까지 회복
수입차시장 獨·日 '20년 경쟁'… 독일차 독주체제 굳혔다[오토월드]
독일차 브랜드가 디젤게이트를 극복하고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20여년 넘게 급성장 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와 일본차가 양분했다. 독일차와 일본차는 장군 멍군식으로 몇 년에 걸쳐 시장점유율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해왔다.

■2000년대 일본차 대거 한국 진출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20.2%를 기록했다.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87년 이래 최대다. 해마다 수입차의 점유율은 상승해 2012년에는 내수의 10%를 차지했으며 현재는 연간 10% 중반대를 훌쩍 넘어섰다.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는데는 일본과 독일 브랜드의 역할이 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독일차가 우세했다. BMW는 1995년에 한국에 본격 진출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2002년에 진출했다.

90년대 말은 수입차가 연간 1만대도 팔리지 않고 국내 시장 점유율도 1% 미만인 시절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렉서스를 필두로 일본차들이 대거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일본차들의 추격이 거세졌다.

2001년 렉서스, 2002년 혼다, 2005년 인피니티, 2008년 닛산, 2009년 도요타 등이 각각 한국에 발을 내딛었다.

특히 렉서스는 강남의 소나타로 불리면서 연간 6000~7000대를 판매했다. 그 결과 2003년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이 19.7%에서 2008년 35%까지 늘어났다. 반면 독일차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54%에서 42% 줄었다.

■일본 지진, 리콜로 악재

그러나 2008년 이후 일본차의 3대 악재가 순차적으로 터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2009년 도요타의 리콜 사태, 2011년 일본 대지진에 엔화강세까지 더해져 일본차들이 고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1000만대가 넘는 도요타 자동차가 리콜이 되면서 '일본차=품질'이라는 신뢰가 깨지기도 했다. 여기에 이 시기에 정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내세우면서 독일차들의 판매에 날개를 달아줬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과 혼잡통행료는 면제, 공영주차장 주차비도 절반 깎아줬다.

그 결과 경유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고 클린 디젤을 앞세운 독일차들은 일본차에게 뺏긴 시장점유율을 되찾았다. 2008년 수입차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보였던 일본차는 2015년 11%까지 떨어졌고 같은 기간 독일차는 42%에서 68%까지 점유율을 늘렸다.

■독일차, 디젤게이트로 휘청

그러나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독일차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디젤게이트는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2015년 9월 이미 판매한 디젤차 1070만대의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시인한 사건이다. 이 회사는 당시 환경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주행 시험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또 BMW의 일부 차종에서 불이 나면서 독일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그 틈을 타 일본차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국내에서 시장을 회복했다. 2018년 일본차는 다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17%까지 끌어올렸고 독일차는 58%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소재부품 한국 수출 규제의 맞대응 차원에서 일어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일본차들은 다시 시련의 시간의 보내고 있다.

올 1·4분기 일본차 브랜드는 총 4377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585대와 비교하면 62.2% 감소한 수치다. 4월까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7%까지 떨어졌다. 일부 일본차 브랜드는 한국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 사이 독일차들은 디젤게이트를 극복하고 판매를 늘려 올해 64%까지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다.
다만 최근 수입차 업계 1위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국내서 또 다른 디젤게이트와 연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벤츠에 결함시정 명령을 내리고 역대 최대인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고했고 벤츠는 '불복'의사를 밝히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판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