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청년들이 서울에서 살 수 있는 방법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8 17:18

수정 2020.06.08 18:45

[기자수첩] 청년들이 서울에서 살 수 있는 방법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서울에 살 수 있을까요." 부동산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를 만날 때면 항상 묻는 말이다. 돌아오는 답변 유형은 늘 세 가지로 추려진다.

첫 번째 유형은 '저축형'이다. 은행에 차곡차곡 저축해 종잣돈부터 만들라고 조언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저축하는 인내심이 없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면서 과거 본인의 저축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서울 집 마련 신화도 들려준다. 은행 금리가 약 10%에 달하던 시절 이야기다.

두 번째는 '미래지향형'. 주택청약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형이다. 지금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노부모를 부양해 청약가점을 쌓으라고 한다. 올 상반기 서울 청약 당첨 평균 최저 가점은 58.7점. 이 점수를 받으려면 본인을 포함해 5인가족에, 무주택 기간·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적어도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 평균 경쟁률은 98.1대 1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반박하면 전문가는 위로 섞인 목소리로 "그래도 3기 신도시 청약이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어쨌든 청년들에게 서울 청약은 어렵다는 뜻이다.

마지막은 '포기형'이다. 포기형 전문가는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쉰다. 결국 본인도 모르겠다는 의미다. 그 뒤에 바로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저도 이번에 제 아들놈 명의로 서울에 작은 거 하나 해줬습니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으로 들린다.

세 가지 유형 가운데 어느 게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정부도 답을 잘 모르는 듯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주택 수요량은 연평균 약 8만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2022년까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7만700여가구에 불과하다. 1년 치 수요량에도 못 미친다.

서울 내 노른자위 땅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량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 주택의 입주 경쟁률도 평균 140대 1에 달한다. 서울시의 청년 주거복지 증진이 시급하다. 청년들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예외적으로 또 다른 답변 유형이 있다.
"청년들이 굳이 서울에 살아야겠느냐"고 되묻는 유형이다. 그러면 깡 있는 청년들이 되묻는다.
"은퇴세대가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하느냐"고 말이다.

niki@fnnews.com 강현수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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