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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 시대 산업이 갈 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9 17:03

수정 2020.06.09 17:03

[여의나루] 코로나 시대 산업이 갈 길
지난주 수요일 필자는 전경련이 주최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 트렌드 전망'이라는 세미나의 좌장을 맡아 전문가들과 우리 산업의 미래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코로나19의 위세가 다소 수그러들 때 기획했던 세미나인 만큼 일정한 수의 청중이라도 초청해 진행하려 했던 주최 측이 최근 다시 지역감염의 기세가 높아지자 청중 없는 웨비나 형식으로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다소 김이 빠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발제자는 물론 참여한 토론자들 모두가 현 상황과 장래의 트렌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벌여줌으로써 그런대로 좋은 세미나가 된 것 같다.

이 세미나의 중심 키워드는 역시 '언택트' 혹은 '비대면'이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밀폐·밀집·밀접에 대한 두려움, 낯섦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없는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가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된 속에서도 급성장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세미나를 주최한 전경련은 의료, 유통, 교육 등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 분야의 새로운 언택트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는데 예상했던 대로 이들 언택트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을 비롯한 제도적 개선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지금까지 IT 인프라에는 자부심을 가져 왔던 우리나라지만 정작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당해 보니 각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났다.
의료분야에서는 역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서비스가 시작된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이 숙제로 등장했고, 교육분야에서는 인프라는 물론 콘텐츠 부족이 과제로 등장했으며, 유통분야에서도 온라인 분야와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융합이 선진화를 위한 과제로 지적됐다.

정부도 비대면산업육성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에 설치해 이런 산업계의 필요성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 개선에 정책의 초점이 치우쳐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규제개혁 등의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다른 부처와 공동 노력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모든 사람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각계로부터도 많은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만큼 이른바 언택트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발전을 이뤄 나갈 것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 정도의 노력으로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계 각국이 이른바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중 충돌을 예상해 리쇼어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연하게만 여겨 온 글로벌화에 심각한 의문부호가 찍힌 상황에서 글로벌화에 가장 잘 부응해 온 우리 산업들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근본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에 비해 세 배 정도나 많이 해외로 나가기만 했던 우리 기업들의 발길을 어떻게 돌릴 것이냐를 두고 고민이 크다.

또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지나칠 만큼 잘 활용해 온 우리 산업들이 과연 어떤 전략을 전개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중국 견제용의 경제번영네트워크에 우리 산업들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지, 거기에 집중하다가 중국이라는 집토끼를 놓치지 않을지 참으로 어려운 과제인 셈이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정부만의 지혜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 비즈니스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김도훈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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