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퇴직금이 중한가 일자리가 중한가

후하게 주는 법안 발의
소상공인 현실은 외면

퇴직금을 후하게 주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 4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대표로 냈다. 지금은 일한 기간이 1년이 안 되거나 일주일 일한 시간이 15시간에 못 미치면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이를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미만인 근로자'로 범위를 좁혔다. 이렇게 하면 일단 한 달 넘게 일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의원은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이다. 노동계 몫으로 국회에 진출한 비례대표 의원이 노동자 복지를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타이밍은 썩 좋지 않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주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또는 웬만한 중소기업들은 이미 퇴직금을 꼬박꼬박 준다. 소상공인들은 다르다.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수시로 바뀐다. 그 덕에 지금 소상공인들은 퇴직금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딱 한 달만 일해도 퇴직금을 줘야 한다.

자영업자들로선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격이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이 껑충 뛰는 바람에 소상공인들은 비명을 질렀다. 올해는 겨우 숨을 돌리나 했더니 코로나 경제위기라는 초대형 태풍이 불어닥쳤다. 생존의 갈림길에 선 소상공인들은 정부 지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발품을 팔고 있다. 이런 마당에 퇴직금 이슈가 터졌다.

개정안은 '저소득 근로자의 퇴직 후 안정적인 생활'을 목표로 한다. 취지는 좋지만 과연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최저임금이 반면교사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자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을 줄이거나 내보냈다. 퇴직금 지급 의무가 강화되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청년층은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고용주들이 일제히 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청년층에겐 퇴직금보다 일자리가 중하다.

최저임금은 선의가 나쁜 결과를 낳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그 부작용을 수조원 일자리안정자금으로 땜질했다. 다 국민 세금이다. 퇴직급여법 개정안의 부작용도 뻔히 보인다.
이번엔 '퇴직금안정자금'으로 막을 텐가. 국회는 들끓는 자영업자 여론을 다독이기 위해 지난 2월 소상공인기본법을 제정(내년 2월 시행)했다. 앞으로 정부는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3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미래통합당 비례대표)이 과연 퇴직급여법 개정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