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수요집회는 '감성팔이'가 아니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1 17:16

수정 2020.06.11 17:36

[기자수첩] 수요집회는 '감성팔이'가 아니다
지난 10일 수요일 낮 12시,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소녀' 곁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30여년간 매주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시위는 이날도 예정대로 열렸다. 이날 시위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을 추모하는 자리가 함께 마련됐다.

손 소장의 발인을 마치고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동료를 잃은 침통함을 내려놓지 못한 듯 보였다. 이 이사장은 마지막까지 '할머니께선 식사 잘하고 계신다'며 할머니의 안부를 전하던 손 소장의 문자메시지를 전하면서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그러나 숙연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시위 현장은 '소녀'의 양옆으로 모여든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로 다소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수단체들이 수요집회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던 탓이다.

이들 단체는 수요집회를 두고 "감성팔이"라며 "당장 수요집회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손 소장을 회고하는 대목에 이르자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를 향해 대형 앰프를 동원, 비난을 퍼부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다양한 의견과 주장은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16년을 함께한 동료를 마음에 묻고 돌아온 날이었다.

고인은 지난 16년간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시절부터 할머니들과 동지로, 벗으로, 딸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일련의 사태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한다.


수요시위는 1990년대 초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차갑던 시절 시작됐다. 지난 2017년 본지와 인터뷰에서 윤미향 의원은 "수요시위를 하고 있으면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해 비웃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시작된 운동을 지금까지 지속해온 정의연의 활동에 의혹이 제기된다고 해서 수요시위 자체마저 부정될 이유는 없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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