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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재정투자 선순환론 '성공의 조건'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1 17:18

수정 2020.06.11 17:18

[윤중로] 재정투자 선순환론 '성공의 조건'
기본소득이 정치권을 한껏 달구고 있다. 국가재난지원금에서 기본소득으로 단어만 바뀌었을 뿐 결국 재정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 왔다. 기초생활보장, 아동수당 확대 등 복지분야에 재정투입을 늘렸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에도 정부 지원을 받은 노인일자리 등 단기일자리를 대거 만들었다. 정부지출은 가파르게 증대됐다.
문재인정부의 연평균 예산(총지출) 증가율은 10%를 넘는다. 이명박정부는 연간 6.59%, 박근혜정부는 4.28% 증가했다.

현 정부의 이 같은 정책방향에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총선 승리를 거치며 재정확대 정책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재정투자 선순환론'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 국면에서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 언급이 근거다.

세계은행(WB)은 최근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7.7%포인트 내린 마이너스(-)5.2%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인 -3.0%보다 낮다. IMF는 지난 4월 14일, WB는 6월 8일 수정전망치를 발표했다. 2개월 새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더 커진다고 본 것이다. IMF, WB는 경제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과제도 제시했다.

재정투입 확대 방향은 맞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대응책으론 재정만 한 도구가 없다. 민간에 유동성을 지원해 기업 제조라인과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인적·물적 자본의 파괴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신중하고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지출 대비 효과가 작은 현금 뿌리기식 정책보다는 '승수효과' 높은 분야, 다시 말해 재정투입의 가성비가 좋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재정확대와 이를 통한 한국판 뉴딜이 성공해 경제가 반등하면 이후 재정건전성 관리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긴다는 '재정 선순환론'도 이 같은 정책기조가 유지됐을 때 가능하다.

기업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선순환론은 재정, 성장, 고용의 세 축을 선순환시키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정부가 고용보험, 실업급여 등에 재정을 투입해서 고용을 보호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고용 측면에서 재정의 보조를 받아서 비용을 절감하고 성장하면서 고용을 늘린다. 그리고 기업이 성장하고 고용이 유지되면 세금이 늘어난다. 세수가 늘면 재정은 개선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기업의 역할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에 성장하라고 재촉하고, 고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세금 부담은 가중시키는 게 현 정부의 정책기조다.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분배 구조 악화도 주의해야 한다. 재정투입 확대는 돈을 푸는 것이다. 통화량 급증은 자산가격 급등을 가져오고 부자들은 저금리 혜택을 본다. 반면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인 고용확대는 매우 느리고 제한적이다.
부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현금 퍼주고, 단기일자리만 늘리는 정책은 실패한다.
기업투자를 이끌어내고 고용을 유도하는 정책 없는 선순환론은 미래세대에 부담만 지우고 빚만 늘리는 '악순환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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