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협력과 반성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5 17:24

수정 2020.06.15 18:21

[기자수첩] 협력과 반성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멈추자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대기가 깨끗해졌다.

지난해 3월 미세먼지 토론회에서 정부측 관계자는 중국 미세먼지가 넘어와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중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그럼 지금까지 뭐하고 이제야 그런 소리를 하나' '중국이 두려워 아무 소리도 못하는 거 아니냐' 등 불만이 쏟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미세먼지 연구개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미세먼지 R&D 사업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을 찾는다면 동북아 연구자 간 국제협력 연구다.
지난해 12월 26일 한·중·일 과학기술 장관이 만나 미세먼지를 포함한 동북아의 공통된 현안에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때 중국 왕즈강 부장은 다양한 관계자들이 동참하는 협력사업들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가 중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과기정통부의 12일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5년간 정부가 미세먼지와 관련된 R&D 사업에 55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배출 저감 분야에 59%를 투자한 반면 원인규명을 위한 R&D 사업은 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추가 R&D 사업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했다. "그동안 R&D 사업으로 얻은 연구성과는 많았지만 부처별, 출연연구기관별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R&D 방향을 도출해내는 관리가 부족했다." 이 말은 5500억원이라는 혈세를 지난 5년간 방치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지껏 정리하고 관리하는 부분을 서로 미루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관련 없지만 욕심의 대표적인 예가 바이러스연구소다. 지난 3일 과기정통부와 복지부가 각각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론의 비판과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해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부처 간 욕심이 낳은 결과다.


협력은 정부가 R&D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대부분의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나오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결과물은 많지가 않다.
협력은 말뿐이고 욕심만이 앞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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