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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한항공 송현동 땅, 재산권 보장이 먼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5 18:23

수정 2020.06.15 18:23

서울시 공원계획 앞세워
시장 자율권 침해는 곤란
대한항공이 서울시가 자사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 추진한 것과 관련해 지난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자구노력 차원에서 자산 매각을 서두른 것인데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이 과정에 개입, 매각 작업 전체가 중단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 총 15곳 입찰참가의향서가 들어왔으나 1차 마감일인 지난 10일 입찰에 참가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앞서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8월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북촌지구 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일방적으로 공고했다. 시세가 6000억원가량 되는 땅에 서울시는 보상비로 4671억원을 책정한 것도 드러났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임시가격이라고 했지만 공원 조성에 대한 서울시의 명백한 의지를 보인 결과물이다.
이런 마당에 누가 제값 주고 사겠다고 나설 수 있겠나.

대한항공의 3만6642㎡ 규모 송현동 부지는 도심 내 금싸라기로 통한다. 인근에 궁궐이 있고 위치만으로도 한류의 중심, 세계적인 문화도시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대한항공이 2008년 이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을 주고 사들인 후 발표한 개발 청사진도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한 것이었다. 7성급 최고급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근에 서너개 학교가 인접해 있는 탓에 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했다. 정부 분석으로도 2조원 투자, 4만7000개 일자리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던 프로젝트였으나 학교 앞에 호텔이 웬말이냐는 당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결국 꺾지 못했다. 그뒤 복합문화융합센터 건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 역시 인근의 각종 제한조치 때문에 제대로 추진이 안됐다. 정부·정치권 규제에 걸려 황금의 땅이 이렇게 방치된 게 18년이다.

땅주인 대한항공은 지금 코로나발 승객 감소로 매출이 80% 이상 급감하면서 총체적 경영난에 빠져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 지원을 받으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다. 송현동 부지를 9월까지 팔아 운영자금, 채무상환에 쓸 계획이었다.
역사의 숨결이 흐르는 지역 한복판이라는 점에서 공익의 가치도 분명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유 재산을 함부로 해선 안될 일이다.
정상적인 매각이 이뤄질 수 있게 서울시는 물러나 있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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