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fn이슈추적]'악녀같은 친모' 소방관 딸 순직하자 나타나..法 "양육비 지급하라"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6 15:11

수정 2020.06.16 17:53

양육비 소송 번진 '전북판 구하라' 사건
법원 ‘생모도 양육책임…7700만원 지급하라’
소방 구조대원 차녀 순직…생모 ‘법적 상속인’ 주장
母 “남편이 접촉 막아”…법원 “인정어려워”
父, 30년 넘게 배추 등 노점하면서 키웠다 
큰딸 “돈보다 도덕적 책임 묻고 싶어 소송”
[fn이슈추적]'악녀같은 친모' 소방관 딸 순직하자 나타나..法 "양육비 지급하라"


【파이낸셜뉴스 전주·남원=김도우 기자】소방직 공무원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 가량을 타간 친모에 대해 법원이 두 딸을 홀로 키운 전남편에게 양육비 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부모는 미성년자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1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지난 12일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며 “생모는 두 딸의 친 어머니로서 청구인(전 남편)이 딸들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 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두 딸에 관한 과거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전남편 A씨(63)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또 “청구인(전 남편)은 이혼 무렵부터 두 딸을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전 부인)은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앞서 전북 전주에 사는 전 남편 A씨는 지난 1월 “(작은딸의) 장례식장 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전 부인 B씨(65)를 상대로 두 딸의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83년 1월 결혼한 A씨 부부는 1988년 3월 협의 이혼했다.

당시 각각 5살, 2살이던 두 딸은 A씨가 배추·수박 장사 등 30년 넘게 노점상을 하며 키웠다.

사건의 발단이 시작된 지난 1월로 돌아가 보자.

수도권지역 한 소방서 소속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던 A씨의 작은딸(당시 32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작은 딸은 응급구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순직이 인정된다”며 A씨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친모 B씨에게 전달된 것이 화근이었다.


[fn이슈추적]'악녀같은 친모' 소방관 딸 순직하자 나타나..法 "양육비 지급하라"

공무원연금공단은 같은 시기 ‘법적 상속인’인 B씨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B씨가 본인 몫으로 받은 유족급여와 딸 퇴직금 등은 전남편인 A씨가 수령한 금액과 비슷한 약 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망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을 예정이다. 이미 수개월분은 친모 B씨가 받은 상태였다.

이런 사정을 알게된 친부 A씨와 자녀들은 친모 B씨가 두 딸을 보러 오거나 양육비를 부담한 사실이 없고 부모 역할도 없이 우리를 방치했다며 양육비 소송를 제기했다.

B씨는 재판 내내 “청구인(전남편)은 이혼 후 딸들에 대한 접근을 막고, 딸들이 엄마를 찾으면 딸들을 때리기도 했으며, 딸들에게 본인 험담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큰딸(37)은 법정에서 “아버지는 생모가 접근하는 것을 막지 않았으며 저와 동생은 폭행을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B씨 주장은 거짓”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생모는 동생이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동생이 어디에 안치돼 있는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수 구하라의 빈소가 25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곳은 팬들을 위한 빈소로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다른 병원에 마련됐다. 2019.11.25./사진=뉴스1
가수 구하라의 빈소가 25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곳은 팬들을 위한 빈소로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다른 병원에 마련됐다. 2019.11.25./사진=뉴스1

이 사건은 그동안 다섯 차례 재판과 조정이 진행되며 일명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A씨 부녀를 대리한 강신무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법원 결정의 의미는 30년 넘게 두 딸을 방치한 생모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가져간 소방관 딸의 유족급여 등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강력한 협상 카드가 생겼다는 데 있다”며 “21대 국회에서는 상속인 결격 사유에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넣은 민법 개정안(구하라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생모가 (본인 예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작은딸의 유족급여를 이미 다른 사람 등에게 빼돌린 사실이 확인되면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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