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미, 구글세 논의 일방중단 선언…OECD, 조세협정 타격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8 10:10

수정 2020.06.18 10:10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논의 중단을 유럽 4개국에 통보했다. 논의 중단 뒤 디지털세를 추진하는 국가에는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프랑스 등은 연내 국제적인 디지털세 합의를 전제로 시행을 보류한 바 있다.

전세계 각국의 디지털세 입법 움직임 속에 세제 조율을 추진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논의 역시 좌초가 불가피해졌다.

미국과 유럽 간에 다시 무역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자로 돼 있는 서한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면서 유럽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리시 슈나크 영국 재무장관, 브뤼노 르 마레 프랑스 경제장관, 이탈리아와 스페인 재무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므누신 장관은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가 시급한 때라면서 디지털세 논의는 연말로 미룬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유럽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에 유럽 각각이 세금을 매기기 위해 도입 봇물을 이루고 있던 디지털세에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므누신은 "그렇게 어려운 협상을 재촉하려는 시도는 훨씬 더 중요한 문제들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킨다"면서 "지금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문제들을 다루는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협상 중단 선언을 계기로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하려는 국가에는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이전 위협도 반복했다.

므누신은 서한에서 "미국은 디지털 서비스 세금과 그와 유사한 일방적인 조처들에 늘 반대해왔다"면서 "이전에도 반복해 언급했듯이 만약 세금 징수를 선택하거나 이같은 세제를 적용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미국은 그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달초 디지털세를 추진하는 국가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이미 길을 닦아뒀다.

보복관세를 물리기 전 조사와 공청회 등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비롯한 디지털세 추진 국가들의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조사를 마쳤고, 언제든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는 상태다.

한편 므누신은 올 후반 다시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의 협상 중단 통보로 연내 국제적인 디지털세 합의안을 마련하려던 각국의 계획은 좌초하게 됐다.

2단계 방안을 통해 디지털세 이견을 봉합하려던 OECD의 계획 역시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OECD는 우선 각국이 자국내에서 이뤄지는 매출에 세금을 물릴 권리를 인정하되 각국 논의를 거쳐 국제적인 세율 공조가 이뤄지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디지털세가 아닌 전반적인 조세협정의 성격이 강해 유럽 등이 미 IT 업체들에 세금을 물리되 미국은 유럽 명품 업체들에도 제한적으로 세금을 물릴 권한을 주자는 것이었다.

2단계인 국제적인 세율공조는 파격적으로 낮은 세율을 당근으로 제시해 기업본사를 유치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므누신은 세율 국제 공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이 문제에서는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합의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하고, 연내 최저세율 국제합의를 기대했다.

그러나 디지털세 없는 최저세율 합의는 국제적인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가뜩이나 디지털세 필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과 유럽간 갈등은 깊어지게 됐다.

영국은 디지털세 강행을 시사했다. 영 재무부는 17일 이미 발효된 디지털세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다만 법규정에 따라 디지털세는 내년까지 부과되지 않는다.

협상을 전제로 디지털세 납부를 연기해줬던 프랑스는 아직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납부는 연기해줬지만 세금은 계속 누적되도록 하고 있어 협상이 실패했다고 정부가 판단해 징수하기로 결정하면 IT 업체들은 그동안 내지 않았던 세금을 모두 내야 한다.


디지털세는 부가가치세에 디지털세가 포함돼 있는 한국 등을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27개국이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