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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항공기 결함으로 19시간 발묶인 승객 1인당 70만원 배상"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8 10:19

수정 2020.06.18 10:24

法 "항공기 결함으로 19시간 발묶인 승객 1인당 70만원 배상"

[파이낸셜뉴스] 항공기 결함으로 19시간 넘게 필리핀에 발이 묶인 승객들에게 항공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87부(임정윤 판사)는 17일 김모씨 등 77명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성인에게는 1인당 70만원, 미성년자들에게는 1인당 4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월21일 새벽 3시5분 제주항공 소속 항공기를 통해 필리핀 클락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8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항공기가 연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륙하지 못 했고, 제주항공은 급히 정비를 했으나 상태는 나아지지가 않았다.

결국 승객들은 예정보다 약 19시간 25분 늦은 같은 날 오후 11시께 대체 항공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왔다. 승객들은 "위자료 180만원과 하루치 일실수입 등을 계산한 금원 등 약 190여만원을 각자에게 지급하라"며 총 1억54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임 판사는 제주항공이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승객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이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우리나라도 가입돼있다.

그러나 임 판사는 김씨 등이 청구한 하루치 일실수입과 관련해 "예정 도착시간보다 늦게 귀국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그날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제주항공은 몬트리올 협약규정에 '운송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거나,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근거로 자신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정비지침에 따라 항공기를 정기적으로 정비·관리했고 △매일 엔진 상태 변화를 점검했으나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 △엔진에 연료공급이 되지 않은 상황은 정비지침과 상관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점 △승객들에게 호텔 숙박 및 식사 제공, 공항라운지 이용 등 편의를 제공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임 판사는 "당시 엔진에 연료가 공급되지 않은 원인이 기록상 밝혀지지 않고 있고, 사고 후 부품의 교체 경과 등을 고려하면, 이 사고가 제주항공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의무를 다했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관해서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제주항공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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