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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리쇼어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8 16:46

수정 2020.06.18 16:46

[여의나루] 코로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리쇼어링
올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현지 우리 기업들의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이 중단되자 한국에 있는 완성차 공장들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3만여개의 자동차 부품 중 하나라도 차질을 빚으면 완성차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특정 나라에 특정 부품 생산이 집중되는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려주었다. 유사한 사례들이 미국, 유럽 등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발생하면서 산업의 국제 간 재배치 혹은 리쇼어링 문제는 글로벌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됐다.

정부는 우리 해외 공장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세제·입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도권 부지를 공장총량제 범위 내에서 우선 배정하고, 분양 우선권을 주거나 수의계약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유턴기업 맞춤형 입지 지원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 한해 기업당 100억원 내에서 지급하던 기업이전지원 보조금도 비수도권에선 200억원, 수도권에선 첨단산업의 경우 150억원씩 지원하고 유턴기업이 해외사업장 생산량을 50% 이상 감축하고 국내에 사업장을 증설해야만 감면해주던 법인세·소득세도 감축 수준에 따른 감면한도를 설정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서 오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국내 산업기반을 보강하고자 정부가 나선 것은 바람직해 보이나 이런 정책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려면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기업 유턴은 몇 가지 정책 인센티브 제공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근본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일시적 혜택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 생산비용, 기술획득, 경영환경 등 국가 비교우위 요인의 변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국내복귀도 몇 가지 단기인센티브 제공으론 쉽지 않다. 과감한 규제개혁, 노동유연성 제고 등을 병행하면서 우리나라를 외국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기업별 해외직접투자 원인은 다양하므로 기업별 맞춤형 대응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이나 미국 직접투자는 주로 소비시장 신속대응을 위해 이뤄지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해외직접투자는 모기업과 동반진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선호가 개성화·차별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로 대응해 간다면 적기대응은 불가능하다. 현지 기업들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면서 시장을 모두 내줄 수도 있다. 유턴정책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와이어링 하니스 등 일부 자동차 부품 생산은 자동화가 어려워 노동집약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데 값싼 노동력을 우리나라에선 구하기 어렵다. 저임금 국가로 산업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엔 생산을 특정 국가에 집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완성차 공장들이 진출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다원화할 필요는 있다.

아무튼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유턴정책은 산업이나 기업별 부가가치의 글로벌 배치 상황을 냉정히 짚어보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중국의 추격 등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장치산업도 마냥 쉽지는 않다.
기술집약적 생산공정을 갖고 있는 고기술·고부가가치 산업만이 확실히 설 땅이 있다. 높은 생산비용을 감당하고도 이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쇼어링 정책은 우리나라의 비교우위 요인의 변화를 감안하고 추진돼야 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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