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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강남 4개동 토지거래 제한, 권한남용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8 16:46

수정 2020.06.18 16:57

이미 6만채 들어선 곳
재산권 침해 소지 있어
6·17 부동산 대책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그중 하나다. 서울시는 17일 정부 시책에 발맞춰 4개 동 전역 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앞으로 해당 지역에서 주거용 18㎡, 상업용 20㎡를 초과하는 토지를 사고팔 때는 미리 구청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은 계약은 무효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부동산거래신고법 10조에 근거를 둔다. 예전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이 제도를 종종 활용했다. 서울에선 수서역세권, 구룡마을 개발사업, 서초 보금자리 사업에 적용됐다. 가장 최근엔 8000가구 미니신도시가 들어설 용산 정비창 사례가 있다. 신도시가 들어설 공공택지도 흔히 토지거래를 제한한다.

다만 청담·삼성·대치·잠실동은 다른 사례와 꽤 큰 차이가 있다. 이미 4개 동에는 모두 6만채가 넘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장차 아파트가 들어설 빈 땅이 아니라 이미 주민이 사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허가대상 면적을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9조)상 기준면적의 10% 수준으로 낮췄다. 원래 기준면적은 도시 주거지역은 180㎡, 상업지역은 200㎡ 초과다. 서울시는 이를 주거 18㎡, 상업 20㎡로 낮췄다. 기준면적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 당초 허가구역 지정은 대형 개발을 앞두고 투기꾼이 넓은 땅을 사는 걸 막는 데 목적을 뒀다. 하지만 서울시는 강남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이 면적을 10분의 1로 낮췄다. 해당 지역 주민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

정부는 지금껏 부동산 대책을 스물한번이나 발표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7개월이 됐으니 두달에 한번 꼴이다. 부동산 정책이 뭔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오직 정부와 정치권만 모르는 듯하다. 약효가 없으니 자꾸 더 센 약을 쓴다. 그래봤자 부작용만 더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부동산 시장을 정치의 굴레에서 놓아주길 바란다.
투기와의 전쟁 같은 정치적 수사는 지지율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서민 주택복지 향상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정부가 강남과 싸우느라 정작 힘을 써야 할 서민 임대주택, 청년주택 건설 등은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강남·송파구 4개 동을 정조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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