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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는 씨앗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1 17:10

수정 2020.06.21 17:10

[차관칼럼]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는 씨앗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K방역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일 것이다.

필자 역시 세계 각국과 화상회의를 할 때마다 전 세계가 K방역에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외국 특허청장들 사이에서 '드라이브스루'나 '워크스루'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 등은 단연코 화제였다. 세계가 우리의 창의성을 인정한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K방역의 대표모델 격인 '드라이브스루'나 '워크스루'는 모두 개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드라이브스루' 검사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의 아이디어를 정부가 채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의 아이디어에서 착안된 '드라이브스루' 검사는 경기도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됐고, 효과적 검사체계를 갖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낮추고 검사 속도를 높일 수 있어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해 활용 중이다.

민간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또 다른 K방역 사례가 있다. 경북 문경의 한 현직 약사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마스크 판매에 활용하자는 청원을 올렸는데,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 약국에서 공적마스크를 배부함으로써 불안정한 마스크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세계가 인정한 K방역의 성과에는 이처럼 민간의 신박한 아이디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채택해 적용한 점도 한몫을 했다.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의 적용이 K방역에만 국한될까?

기업과 소비자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과거 소비자의 역할이 '소비'에 국한됐다면, 지금은 기획·유통 등 전반에 걸쳐 그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소비자)' '팬슈머(fansumer·팬+소비자)'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에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얼마 전 '일회용 빨대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고객의 편지에 모 기업의 고위 임원이 직접 손편지로 답장을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기업은 그 해결책을 소비자로부터 얻고자 특허청이 주최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해 '빨대 없는 용기'에 관한 우수 아이디어 3건을 매입하기까지 했다. 요즘 기업들이 소비자의 의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단순한 아이디어도 기업에는 변화와 혁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땅을 마련하고, 소비자는 씨앗을 뿌리고 기업은 물을 주어 가꾼다고 해보자. 어떻게 될까? 작은 아이디어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어쩌면 세상을 바꾸게 될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대혼란을 겪는 중에도 국민의 아이디어로 그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처럼 말이다.

코로나19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이런 때일수록 생생한 소비자 아이디어가 곧바로 기업에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기업의 자세가 중요하다. 정부 역시 아이디어가 공정하게 거래되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분명 소비자 아이디어가 기업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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