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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불확실성의 시대, 인적·조직자본에 활력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2 17:14

수정 2020.06.22 17:14

[fn논단] 불확실성의 시대, 인적·조직자본에 활력을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고 경제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충격 완화를 위해 전통적인 총수요관리정책에 치중한다. 정책금리는 하한선에 접근했고, 양적완화 등의 통화정책 영역 확대를 위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해졌다. 재난지원금 등 재정지출도 크게 늘려 역성장 제어에 나섰다. 세수부족 여건에서 재정확장은 국가채무가 감당하기 어려운 선에 이를 수 있어 재정준칙 필요성이 커졌다.

팬데믹 충격은 한시적 효과 이상이다.
전쟁과 달리 물적자본의 파괴는 없었지만, 불확실성 지속으로 조업이나 서비스 중단이 빈번해져 공급망이 훼손되고 교역은 위축됐다. 이에 따라 연관 조직자본이나 인적자본의 손실이 심대해져 원상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역개방과 국제분업도가 높을수록 소득하락 충격이 커 세계화 수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정책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소득이전이나 유동성을 늘려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로 소비활동이 제약돼 있고, 기업도 투자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의 재정조달 여력에 한계가 있고, 가계나 기업도 고채무나 유동성 부족에 놓여 있다.

경제주체들의 비관적 기대형성이 굳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비관적 기대는 소비를 미루고, 고용을 하락시키며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한다. 팬데믹 포비아가 만연하지 않게 방역준칙의 사회적 실천력을 높이고 방역, 치료 그리고 백신 등을 아우르는 의료체계에 대한 비전과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불확실성이 걷힌다.

공급 측면의 경기복원력도 관심사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누적된 기업애로가 해소되면서 고용과 생산성이 회복돼야 한다. 감세, 규제완화와 임금안정화 등 획기적 조치가 아쉽다. 동시에 생존성이 크게 취약해진 기업의 구조조정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수출활동 회복이 어려운 만큼 내수시장 확대도 절실한데 해묵은 서비스업 활성화 조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인적자본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기존의 경험이나 관념이 통용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고용과 소득을 재창출할 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역량 있는 인적자본이 아쉽다. 하지만 토양은 척박하다. 우리 경제사회 곳곳에 '관리형'층이 너무 두껍다. 교육도 교육기관의 공급주의적 사고로 학력 위주다. 인재운용에 있어서도 업무특성에 따른 적재적소 배치보다는 '내 사람' 위주로 흘러 조직자본의 헌신성이 약해졌다. 새로운 기치 아래 공동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할 세스 고딘(세계적 마케팅전문가)의 '부족(tribes)'이 사라졌다.

한국 경제를 그레이스완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문제점 분석도, 대책도 모두 나와 있다. 하지만 실천하기엔 공감대가 미흡하고, 추진력 있는 조직도 찾기 어렵다. 그런 만큼 인적자본과 조직자본 활성화가 절실하다. 고 정주영 회장의 명언 "이봐, 해봤어"가 아쉽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모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 여기에 잠들다.
" 우리 경제사회에 카네기류의 선각자가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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