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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前부총리 “연말까지 옵티머스자산운용 고문 활동 했다”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4:39

수정 2020.06.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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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운용, 이헌재·채동욱 등 거물급 자문단 눈길..제2 라임사태 비화
현재 사라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일부.
현재 사라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일부.


[파이낸셜뉴스] 5000억 규모의 펀드를 사기 부실채권으로 돌려막아 제 2의 라임사태로 거론되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거물급 자문단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애초 옵티머스가 운용한 펀드가 공기업 대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장외기업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이를 봐주는 비호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거셌다.

■ 거물급 자문단 등에 업고 '승승장구'

2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헌재 전 기재부 장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최근까지 사실상 고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외에도 3월말 현재 옵티머스운용 최대주주(14.8%)인 양호 전 나라은행 은행장을 비롯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등도 이른바 ‘자문단’으로 활동 했다.

이에 대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연말까지 옵티머스운용에서 자문단 활동을 했다”며 “그러나 사측에 금년부터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서평 관계자는 “옵티머스와 법무법인 입장에서 자문 계약을 한 것은 맞지만 이미 자문 계약이 해지됐다.
언론에서 제기한 옵티머스 측의 펀드 돌려막기 등에 대한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서평은 옵티머스와 자문 계약을 맺고 최근까지 관계를 이어왔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헌재 전 장관은 최대주주인 양호 행장과 친분으로 합류했던 것으로 안다. 더욱이 2017년 현재 김재현 대표 등 옵티머스 경영진으로 최대주주가 교체될 당시 이 전 장관이 2000억 규모의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며 “옵티머스 측에서 이 자금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잘 안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라졌지만 회사 홈페이지에도 자문단 멤버 리스트가 존재했다”며 “아무래도 국내 최정상 굴지의 원로들을 고문으로 기용했던 만큼, 주요 판매사들도 의심치 않았을 것이고 수탁고도 증대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5500억원 규모다.

■ 정치권·모피아 그림자에 사모펀드 육성 당초 취지 퇴색

지난 18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 26호'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제2의 라임사태로 거론되고 있다. 환매 연기 금액은 NH투자증권은 217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67억원으로, 합하면 390억원 규모다. 그동안 해당 펀드들이 공공기관과 거래한 기업의 매출채권만 사들인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가입하게 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매출채권 아니라 장외 기업 등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주로 투자한다고 알려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환매 중단되면서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일 주요 판매사인 NH투자증권도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 등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옵티머스운용 준법감시인은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라며 "원금과 이자상환이 잘 되고 있었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모험자본 육성 등 사모펀드 활성화를 밀고 최근 수 년 사이 사모운용사들이 난립하면서 질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는 늘 존재해왔다”며 “고수익이라는 미명 아래 대형 은행, 증권사 지점 위주로 제대로 된 컴플라이언스 없이 사모운용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부실채권을 대거 편입해서 일어난 문제인만큼 재발을 방지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국펀드로 알려진 코링크PE, 청와대 비선 의혹이 일파만파인 라임운용, 그리고 장하성 주중 대사의 친동생(장하원 대표)이 대표로 있는 디스커버리운용 등 최근 논란이 된 사모운용사나 PE엔 정권 실세가 늘 엮여왔다”며 “이번 옵티머스운용 건도 또 다른 비호 윗선이 관계된 것이 아닌가 업계의 우려가 크다. 업계의 질적 발전을 위해 명명백백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신은 지난 2009년 4월에 설립된 에스크베리타스(AV)자산운용이다. 당시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이 전 CJ자산운용(현 브이아이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본부장을 지낸 대체투자·특별자산운용 전문가인 이혁진 대표 주도로 설립돼며 특화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1년 초 인기배우 이서진 씨를 글로벌콘텐츠2본부 본부장(상무)에 신규 임용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씨는 콘텐츠와 관련된 펀딩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영입 됐는데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이혁진 전 대표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서초갑 지역에 출마했지만 결국 낙선했다. 현재 이서진씨와 이혁진 전 대표는 회사를 떠난 상태다.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6월 현재 김재현 대표 등 대주주 변경이 이뤄지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 출발 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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