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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주식으로 번 돈에도 세금, 꼼수 증세 아니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5 17:20

수정 2020.06.25 17:20

동학개미들 거센 반발
거래세 폐지 고려해야
정부가 주식으로 번 돈에도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지금은 대주주 양도차익에만 세금을 매긴다. 이를 소액주주에게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에서 밝힌 내용이다. 주식을 팔아 차익이 생기면 기본공제 200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20~25% 세율로 세금을 매긴다. 또 주식과 펀드, 채권 등을 한 바구니에 담아 손익을 따져본 뒤 이익이 났을 때만 과세하는 손익합산제도를 도입한다.
그 대신 정부는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2~2023년 2년에 걸쳐 0.1%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정부는 거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주식양도차익 과세로 보전한다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증세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번 금융세제 개편은 세수중립적으로 이뤄졌다"며 "증세를 고려한 세제개편은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이전에 내지 않던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사실상 증세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양도차익 과세로 자본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세·양도세 병행은 이중과세 논란도 낳고 있다.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들은 거래세는 찔끔 내린 채 양도세를 신설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냈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이라고 썼지만 투자자들은 증세라고 읽는 격이다.

사실 정부안은 더불어민주당 안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등을 담은 자본시장 과세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손실이 나도 거래세를 매기는 불합리한 과세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해놓고 결국은 없던 일이 됐다.

정부안에 대한 비판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김병욱 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정부안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증권거래세 폐지가 당의 총선 공약이었다"며 "정부안에 거래세 세율인하 스케줄만 나와 있고 폐지 언급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양도세와 거래세 이중부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10년에 걸쳐 양도세 연착륙에 성공했다.
반면 대만은 양도세·거래세를 병행하다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양도세 도입을 철회했다. 정부는 7월 초 공청회를 열어 시장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새해 세제개편안에 담을 예정이다.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 맞다면 증세에 대한 의구심을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 수정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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