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 실수요자는 죄가 없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5 17:37

수정 2020.06.25 17:37

[기자수첩] 부동산 실수요자는 죄가 없다
설익은 부동산 대책으로 나라가 난리다. 특히 대출제도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규제는 경기도가 불을 지르고 청주가 정점을 찍었다. 최근 부동산 투기의 타깃이 된 지역들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소설 허생전에서 묘사된 매점매석 행위가 투기꾼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망건의 재료인 말총을 싹 쓸어 구매한 뒤 값을 높여 다시 파는 방법으로 이익을 얻은 주인공처럼 이 지역들은 투기꾼의 놀이터가 됐다.
청주 한 아파트 단지에 나와있던 매물 20여건이 하루 만에 자취를 감추고 값을 올려 청주 주민에게 피해가 됐다. 선량한 시민을 위해서 시정돼야 하는 행위다.

그런데 연결고리가 이상하게 엮였다. 실수요자가 아우성이다. 정부의 실수요자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정부는 집단적 투기가 아닌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갭투자'도 실수요로 보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는 "실수요자는 실거주자"라고 규정했다. '일단 집을 구입해 놓고 보자'는 인식이 문제라고 한다. 지금 당장 입주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위주로 주택시장이 재편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다보니 부족한 자금을 전세금 승계로 상쇄하려던 다수의 '실수요' 주택 매입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분양받은 집을 팔아야 할 위기에 맞닥뜨린 사례도 나온다.

물론 원칙적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가진 돈에 주택담보대출을 보태거나 청약에 당첨되면 된다. 신혼부부나 다자녀가구라면 특별공급가구에 들어가면 되고, 정부가 기존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는 임대주택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

하지만 밖은 지옥이다. 서울 중위권 주택 가격 기준인 9억원인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3억6000만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머지 5억원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청약은 이미 '로또'라는 딱지가 붙어 돌아다닌다.
평생을 무주택자로 살아온 50대, 자녀와 함께 사는 40대가 아니면 당첨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공이나 임대주택은 아예 다른 시장이 되고 있다.


정책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psy@fnnews.com 박소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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