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민주, 국회 예산정책처 순기능 존중해야

파이낸셜뉴스 채널구독이벤트

의원들 비판성명은 오만
고언 수용해 보약 삼아야

국회 의사당에서 최근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은 29일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는 결말이 나오기까지 내내 삐걱거렸다. 국민의 귀에 이보다 더 거슬리는 소리도 들린다. 여당이 국회 예산정책처를 연일 공격하면서다. 민주당의 국회 예결특위 소속 의원 30명은 지난 25일 예정처를 비판하는 성명까지 냈다. 혹여 이런 불협화음의 근저에 입법과 예산심의 등 의정활동을 마이 웨이로 밀어붙이려는 여당의 오만이 싹트고 있다면 큰일이다.

176석 거대 여당이 국회의장 산하기구를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물론 최근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비판적 접근을 한 예정처에 대한 여권의 불만은 일면 이해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경제충격파를 맞아 3차 추경을 속히 집행해 그 파고를 넘겠다는 취지를 감안한다면 그렇다. 하지만 석달 전에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예산조차 아직 다 집행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역대급인 35조 3차 추경안 관련해 항목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예정처의 지적이 외려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예정처는 입법 지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여야를 떠나 제3자적 시각에서 예정처가 눈에 띄는 보고서를 한두 건 낸 게 아니다. 최근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3년 앞당겨 예측한 '사회보장정책 분석' 보고서가 단적인 사례다. 다른 국책연구기관들이 정부와 코드만 맞추느라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예정처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설치됐다. 예산·결산안을 분석하고, 나랏돈이 들어가는 법안 발의 시 소요비용을 추계하는 역할을 맡기면서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국회예산정책법으로 직무 독립성도 못 박고 있다. 그래서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한다"며 예정처 비중을 줄이려는 여권 일각의 엄포는 어불성설인 셈이다.

예정처가 가뜩이나 전시용이란 평가를 받던 '한국판 뉴딜 사업'의 부실을 지적하자 여권은 불편한 기색이 완연하다.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일수록 입에 쓴 법이다. 여권이 예정처의 고언을 정책의 허점을 보완하는 자료로 삼겠다는 역발상을 할 때다. 그럴 경우 정부·여당에도 이로울 수 있고, 소득주도성장론 등 정책 실패로 기저질환을 앓다 코로나 사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보약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