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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간산업기금 지원 늑장, 기업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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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 대상을 못찾아 금고에 쌓여 있다. 과감한 유동성 지원으로 일자리와 기업 생존에 총력을 쏟고 있는 해외 다른 국가들과 대조적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기를 겪게된 주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급히 마련된 자금이다. 정부가 지난 4월 22일 처음 기금 조성 계획을 밝힌뒤 바로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됐고, 그후 한달도 안돼 기금은 공식 출범했다. 지금은 전시상황과 같다며 신속한 추진을 독려했던 문재인 대통령 지시대로 여기까진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6월 초 첫 수혜 기업이 나올 것이라던 정부 발표와는 달리 지금까지 세부 운용규정조차 못 만들어 신청공고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대체 누굴 위한 기금이었나 싶다. 공고 후 바로 자금이 공급되는 것도 아니다. 기금운용심의회 심의 등의 절차가 있어 혹여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우려마저 있다.

공고 문안조차 못 만들고 있는 것은 정부의 까다로운 지원기준 탓이 크다.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명 이상, 고용안정에 영향이 큰 기업이면서 코로나 피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은 이 조건을 못맞춘다. 대형 항공사 중 대한항공은 다른 통로로 급한 변통이 가능해졌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이 진행 중이라 배제됐다. 국내 150여개 해운사 중 10여곳은 기업 규모 면에서 자격이 되지만 상반기 유가하락으로 반짝 실적 반전이 있었던 터라 코로나 피해 기준에 걸린다. 이런 장애물을 다 통과해 지원을 받으면 고용 90% 유지를 지켜야 한다. 이 역시 경영상 부담이다.

제주항공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으나 여러 어려움이 생긴 이스타항공 창업주는 "가족이 소유한 모든 지분을 회사 측에 반납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런 고군분투에도 업계가 지금의 벼랑끝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 누구도 모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코로나 이후 주요국 항공산업 지원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싱가포르의 경우 항공사 자산 대비 정부 지원 비율이 20~40%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7%에 불과하다. 늦지 않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기업이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