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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부갈루 운동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9 17:35

수정 2020.06.29 17:35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로빈슨 크루소'(1719년)를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60세 무명작가였던 다니엘 디포는 이 소설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조난당한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를 개척하고 원주민들을 가르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주민을 미개인으로 표현해 백인 우월주의 사상이 녹아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남북전쟁(1861~1865) 이전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가 판을 쳤다. 백인만 투표할 수 있었고 백인이 아니면 정부건물 출입은커녕 공무원시험도 못 봤다.
급기야 남북전쟁 직후 1867년 노예해방에 반대하는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이 등장한다.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에 어긋나면 인종·단체를 가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해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 중 하나가 부갈루(Boogaloo)다. 부갈루는 남북전쟁 때 극우세력으로 백인 우월주의의 원조 격이다. KKK의 현대판 버전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백인경찰 무릎에 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자 배후로 극좌단체인 안티파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별다른 근거 없이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단정 짓자 극우인 부갈루를 자극해 폭력대결을 부추긴다는 의심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이 "화이트 파워"(백인권력)라고 외치는 동영상을 리트윗했다가 논란이 일자 지웠다. 화이트파워는 백인 우월주의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구호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테러단체로 백인 우월주의자를 꼽았다.
이달 초엔 미국에 조만간 남북전쟁에 이은 2차 내전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 부갈루운동과 연관된 극우인사 3명이 체포됐다. CSIS는 특히 올해 말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낙선하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테러행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 절대강자 미국은 코로나19 위기에 더해 부갈루라는 또 하나의 위기에 휩싸여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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