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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들은 공정을 꿈꾼 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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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들은 공정을 꿈꾼 죄밖에 없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박근혜 전 정부에 촛불로 저항하며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3년이 훌쩍 지난 현재, 정부·여당은 스스로 내건 공정이라는 가치에 벌써 세 번이나 발목 잡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결정으로 4년간 땀흘린 선수들은 하루 아침에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지난해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비리가 밝혀지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아빠찬스'에 좌절했다.

그리고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태를 마주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공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청년의 분노가 커지는 양상이다.

인국공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함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허탈감이 사태를 키운 본질이다. 앞서 비정규직 양대노총과 공사 노조가 보안요원 1902명을 보안전문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으나,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합의내용과는 달리 이들을 본사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기로 밝히면서 파문이 커졌다.

인국공 직원 오픈채팅에는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 나와서 뭐하냐.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들어간다"며 오히려 노력한 사람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여권의 태도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권은 인국공 사태 원인은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기는 보수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이라고 주장을 펴고 있어서다. 심지어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했다.
노력으로 정규직을 얻은 청년들을 '새로운 적폐'로 몰아세웠다는 비난도 나온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공부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꾼 죄밖에 없다는 청년들의 얘기에 지금이라도 귀기울여야 할 때로 보인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